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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융합·통합 기초로 건설산업 판 새로 짜야
연구진 이상호 원장 보도기관 한국경제 날짜 2017-07-07
건설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크다. 빅데이터, 드론, 3차원(3D)프린팅, 로봇,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건설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며, 이런 기술이 건설산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요소기술 차원을 넘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

건설산업보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 사례를 보자.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구축, 클라우드 컴퓨터 저장 및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석과 의사결정이라는 제조공정 이전 단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조공정 자체도 정보통신기술 활용을 통한 공장자동화만이 아니라 이전 단계의 정보와 실시간으로 연계된 ‘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융합’으로 생산성 혁신을 이뤘다. 그 결과 선진국 제조업체들은 신흥국보다 더 저렴한 제조비용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의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굳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off-shoring)할 것이 아니라 자국 내로 갖고 들어오는(re-shoring)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글로벌 정치경제체제는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계화’가 더 저렴한 생산기지를 찾아 신흥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이전하는 ‘역(逆)세계화’ 과정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자율주행차량이나 건설로봇 및 3D프린팅 같은 기술은 새로운 건설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건설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것이고, 의사결정을 할 때 인공지능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건설생산과정에서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들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융합’을 통한 제조공정과 비슷하게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건축정보모델링(BIM)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시공해본 뒤 실제 시공에 참여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건설상품도 달라진다. 빌딩, 도시, 인프라에는 ‘그린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 것이다. 스마트 빌딩, 스마트 도시, 스마트 인프라 같은 시설물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에서도 요소기술, 수요, 생산과정, 상품, 비즈니스 모델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짧은 시간’에 ‘큰 시스템 충격’을 주고 있다. 

건설산업 내부에는 4차 산업혁명의 수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많다. 산업화 초창기 만들어진 ‘분업과 전문화’ 논리에 기초한 칸막이식 건설업역 규제가 대표적이다. 설계업과 시공업을 분리하고 시공도 종합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해 ‘한우물만 파라’는 식으로 법과 제도가 고착화돼 있다. 이제는 ‘융합과 통합’ 논리를 근간으로 건설산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기술이 건설산업에 정착되는 속도가 느린 것도 문제다. 드론, 3D프린팅, 건설로봇, BIM 등은 건설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우리 건설산업에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사례처럼 중요한 요소기술은 공공부문에서 의무적으로 활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민간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부공사에서도 설계와 시공의 융합이 가능한 통합발주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건설인력의 고령화나 기술자 교육제도 문제도 크다. 정보통신기술에 능숙한 젊은 인재들의 건설산업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다른 산업보다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질 것이다. 산업화 초창기의 전통적인 건설기술자격제도에 기반한 ‘보수교육’ 중심의 기술자 교육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그냥 내버려둬도 건설산업은 지금과 다른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건설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기술만이 아니라 법·제도와 정부규제, 산업구조, 발주방식, 인력, 교육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재창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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