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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OC 투자는 성장과 복지의 기반… 자꾸 줄여도 될까요
연구진 이상호 원장 보도기관 조선일보 날짜 2017-9-18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 분야를 대폭 축소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 기반 시설을 건설·유지·보수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정부 계획에 건설업계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국가 전체 예산은 총 429조원으로 올해보다 7.1%가 늘어나지만, SOC 예산은 올해보다 20%(약 4조4000억원)나 줄어든 17조7000억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런 예산 규모는 2004년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정부는 또 "향후 5년간 SOC 예산은 해마다 7.5%씩 감축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SOC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SOC 사업이 가진 경제성장 촉진, 빈곤층의 소득 개선과 지역 격차 해소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SOC 사업,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

SOC는 국민의 생산·소비 활동에 꼭 필요한 기반 시설로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재(公共材)를 뜻합니다. 도로, 철도·도시철도, 해운, 항만, 수자원, 물류, 항공, 산업단지 등을 포괄합니다. SOC 사업은 투자 규모가 크고,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는 데 오랜 기간이 필요해 개인이나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가 이를 주도합니다.

SOC 투자는 경제성장 촉진, 빈곤층의 소득 개선과 지역 격차 해소 등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0년 "인프라 구축에 예산 투자를 1% 늘리면, GDP(국내총생산)가 0.15~0.3%포인트 증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은행도 2015년 "인프라에 1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면 GDP가 0.2달러 오른다"는 분석 결과를 냈습니다.

건설업 활성화는 저소득층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富)의 재분배 효과도 있습니다. 사업의 결과물인 도로·철도 등은 국민 누구나 크지 않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간접 복지'' 효과를 가진 셈입니다.

국내 건설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 그래프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SOC 등 건설 투자가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건설 투자는 전체 경제 성장에 51.2%를 기여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에는 건설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84.8%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에도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이며 경제성장 기여율 56.6%를 기록했습니다. 2012년 이후 2%대의 저성장세가 굳어지는 가운데 건설 투자 확대가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고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 셈입니다.

◇SOC 투자 통한 삶의 질 개선 필요

SOC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로망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평균 통근 시간은 2010년 58.4분에서 2015년 61.8분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가깝습니다. 통근 시간이 둘째로 긴 일본이나 터키조차도 평균 40분으로 우리보다 22분이 적습니다. 이에 따라 통근 시간 증가를 비용으로 전환한 ''교통혼잡비용''은 특히 도시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도시의 혼잡비용은 2005년 14조4000억원에서 2015년 21조3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도심 내 통행 흐름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8월 "현재의 SOC 예산으로는 수도권을 비롯한 인구밀집 지역, 즉 도심의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SOC 투자 확대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수도권 직장인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SOC는 성장과 복지의 기반입니다.

◇SOC 투자 확대 추세, 한국만 역행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SOC 투자 확대는 선진국·신흥국 구분 없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EU는 2015년 EU 의회 의장의 이름을 딴 ''융커플랜''을 발표하고 18개월 동안 1540억유로(약 209조원)를 SOC 사업에 쏟아부었습니다. 융커플랜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장기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으로 2020년까지 5000억유로를 SOC에 투자하는 내용입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SOC 사업 위주의 ''국토 강인화 계획''을 수립,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200조엔을 도로·항만 등에 집중투자하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SOC 예산이 정권을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SOC 예산은 감소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감소 폭은 더욱 커졌습니다. 정부 예산 중 SOC 예산 비중은 8.6%(2010년)→4.1%(2018년) →3.2%(2021년)로 감소합니다. 반면 복지 예산 비중은 2010년에 27.7%였다가 2018년에는 34.1%, 2021년에는 37.6%로 급증하게 됩니다.

유독 SOC 예산이 정부의 타깃이 된 이유는 뭘까요. 일각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의 SOC 자원은 선진국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평가 지표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단순히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합니다. 분모인 국토 면적이 작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도로·철도가 감당하는 승객 또는 화물 수송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OECD 국가 중 하위권이 됩니다.

더욱이 한국은 노후화한 SOC에 대한 유지·보수가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부분 선진국이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걸쳐 SOC 자원을 축적한 데 비해, 우리는 1970~80년대 압축 성장기에 SOC를 집중투자했는데, 이들 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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