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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값보다 더 중요한 거래량…경제·일자리엔 직격탄
연구진 이상호 원장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날짜 2017-11-15
8·2 부동산 대책 100일이요? 정부나 언론에서는 자꾸 집값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느냐를 따지는데 큰 틀에서 봐야 합니다. 가격의 선행변수인 거래량이 계속 줄어든다면 경제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에 주는 타격이 심각해져요. 2007년 하반기 부동산 가격 하락 전환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거래절벽을 겪었던 당시 이미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철학인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과도 맞지 않아요."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거침없었다. 화두만 던지면 막힘없이 술술 나왔다. 수십 년간 건설산업의 연구와 실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답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거래량 급감=경제·일자리 창출에 타격"=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난 이 원장은 8·2 대책의 효과를 단순히 집값 변화에 한정해 볼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격의 선행변수인 거래량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8·2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달(1만4978건)의 3분의 1 수준인 5136건에 그쳤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재건축 단지 등의 거래가 끊긴 영향이다.

이 원장은 "거래량이 많이 빠지면 그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며 "거래량이 많은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는 거래세 세수가 급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의 지방세정연감 통계를 보면 2006년 1조147억원이었던 주택 분 취득세액은 2007년 7892억원, 2008년 7982억원으로 줄었다. 

분양시장을 보는 눈도 달랐다. 이 원장은 청약경쟁률로 분양시장의 열기를 가늠하지 않았다. 분양물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분양물량 감소는 곧 건설산업, 연관 분야의 일자리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분양물량은 호황기였던 2015년 52만5467가구에서 2016년 46만9058가구, 올해 34만가구로 해마다 줄었다. 내년에는 25만가구로 2015년 대비 ''반 토막''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장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초래할 일자리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한 것 같다"며 "부동산 규제의 속도조절은 부동산 경기뿐만 아니라 일자리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세트로"= 현 주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건설산업 전반을 연구하는 대표 연구기관 원장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일단 서울을 비롯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제한적인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보유세 강화는 거래세 완화로 맞물려 가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거래세 완화와 병행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요지다. 그는 "시공비는 물가상승 등을 반영해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하더라도 집값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며 "집값은 공급 물량이나 금리상승 등 수많은 변수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그는 "주택가격이 하락세라면 수급조절과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 시점이 아직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후분양제의 장점만 볼 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치는 차별적 효과나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미치는 금융 측면의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정책 제시해달라"= 이 원장은 건설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국내 건설산업은 해외건설시장에서 5~6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지난 몇년간 해외건설의 부실이 큰 짐이 됐다. 국내에서는 부실시공, 담합, 비리뿐만 아니라 덤핑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산업의 ''적폐''로 적정공사비 미확보 문제를 꼽았다. 업계는 공공공사 원가산정 과정에서 실적공사비 단가(현 표준시장 단가) 적용과 표준품셈 현실화로 예정가격이 10.4~16% 축소됐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공공공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공공공사만 하는 지방 중소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 구조다. 업계가 현행 공공공사 공사비 산정체계와 입·낙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보였다. 그는 SOC를 비롯한 인프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도 SOC 예산을 20% 삭감하고 향후 5년간 해마다 7.5%씩 더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당장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0.25%포인트 줄고 일자리도 6만개 이상 사라진다"며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산업정책을 펴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의 정책에는 건설산업의 정책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정부는 건설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높일지,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킬지에 대한 산업 정책의 틀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건설업계도 어떤 방향으로 노력할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과의 거버넌스 구축은 기본이다. 그는 "정책을 수립할 때 민간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실효성과 집행력이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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