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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프라 강국 싱가포르, 더 많은 투자로 도시경쟁력 높여
연구진 이상호 원장  보도기관 건설경제 날짜 2018-02-21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강국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2017년도 싱가포르의 인프라 경쟁력을 세계 2위로 평가했다. 2017년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 1천달러 수준으로 세계 18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민소득 수준이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으면 인프라 투자를 줄일 법도 하다. 하지만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미 2017년부터 인프라 발주와 계약이 급증했다. 다른 한편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중장기적인 건설 생산성 향상 목표를 설정하고 해마다 조금씩 생산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인프라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2017년에 약 15조원(GDP대비 4.4%) 가량의 공공 인프라 지출이 이루어졌다. 2020년에는 약 25조원(GDP대비 6%)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참고로 2017년 기준 한국의 건설투자액은 GDP(1,682조원)대비 1.5%수준에 불과하다. 공공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국토면적이라고 해봤자 서울 정도에 불과한 나라에서 왜 이렇게 많은 인프라 투자를 하는지 궁금했다. 싱가포르에서 도시개발이나 인프라를 기획하고 있는 기관은 흔히 우리가 ‘도시재개발청’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이다. 이 기관은 이름처럼 도시재생에 관한 기획도 일부 하지만, 싱가포르 전체의 인프라를 포함한 도시개발 기획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기획청’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URA는 글로벌 허브로서, 좀더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싱가포르의 인구 증가 추세에 비해 한동안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다는 사실도 이유라고 했다.

 

싱가포르에는 진행중인 대형 건설프로젝트가 많다. 창이국제공항은 터미널5가 현재 공사중이다. 완공되면 여객 수용능력이 연간 1억명을 넘어 두바이, 베이징에 이어 세계 3대 공항터미널이 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고속철도 공사도 올해는 시공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 대형 건설업체들도 고속철도 공사의 입찰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350km에 달하는 고속철도 공사가 완료되면 자동차로 5∼6시간 걸리던 거리가 90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육상교통청(LTA)에서는 2030년까지 지하철 노선을 178km에서 360km로 2배 늘릴 계획이다. 국민 10명중 8명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지하철 역에 도착하도록 하려면 그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건설업체들도 현재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한창 수행중이다. 투아스(Tuas) 항만도 30년간 4단계로 개발하되, 2016년에 이미 1단계 공사가 착공되었다. 담수플랜트를 비롯하여 물공급과 재사용 등 수처리 능력의 확대를 위한 투자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건설 생산성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크게 향상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은 ‘건축·건설청(BCA: Building and Construction Authority)’이다. BCA는 2010년에 이어 2015년에 ‘2차 건설 생산성 향상 로드맵’을 제시했다. 매년 2∼3%씩 생산성 향상 목표를 내걸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BCA는 현장시공을 대신한 ‘공장 제작 및 조립(DfMA: 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 방식의 활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이미 여러 건의 건축공사에 시범적으로 활용하여 공기 단축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가 정부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동참하도록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싱가포르 정부의 독특한 방식이다. 예컨대 BCA는 ‘건설 생산성 펀드(CPCF: Construction Productivity and Capability Fund)’를 조성하여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규제수단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외국 기능인력의 비자 발급 축소 등을 통해 인력 투입을 강제로 줄이면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기도 한다.

 

소득수준이 늘면 인프라 투자가 줄어든다는 ‘역 U자 가설’은 싱가포르에서도 사실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인프라 경쟁력 순위는 2013∼2015년간 한때 5위로 밀린 적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한동안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2016년에 다시 인프라 경쟁력 2위를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더 늘리는 계획을 수립해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정부가 2010년부터 5년 단위로 생산성 향상 목표를 설정하고, 인센티브를 주면서 민간건설업체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배울만한 사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는 우리 건설업체들도 BIM이라든지 ‘공장 제작 및 조립(DfMA)’ 방식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건설정책도 인프라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병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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