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광장

  • home
  • 알림광장
  • 언론기고

언론기고

게시판
제목 서울 아파트 값, 뉴욕·런던처럼 하락세로 돌아설까
연구진 허윤경 연구위원  보도기관 중앙일보 날짜 2018-09-20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 곳곳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1일로 예정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갑론을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모두 1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 1년 4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수직 상승했고 자산가치의 격차 확대를 저지하지도 못했다. 
   
그 벼랑 끝에 세제·금융·청약제도를 망라한 9·13 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만족스러워하지 않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세금폭탄”이라고 반발하고,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은 정부 대책이 “종이호랑이”라고 불만을 쏟아낸다. 중산층들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였다”고 푸념하고, 지방과 저소득층은 “그들만의 리그”라며 냉소한다. 고소득층은 “시장 안정이 아니라 증세가 숨은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 내재한 소득별·계층별·지역별·세대별 이해와 갈등이 주택시장을 통해 가감 없이 표출되고 있다. 주택경기 및 시장안정이라는 정책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각자의 이해에 따라 제각각 해석하고 있다. 
   
개개인의 재테크 차원이 아니라 주택시장 경기 차원에서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중심을 다잡아야 할 때다. 1~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 전셋값은 2.3% 하락했다. 5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공급을 위한 인허가도 감소세다. 서울을 제외하고 1∼8월 2% 이상 상승한 시·도는 한 곳도 없다. 서울 아파트만 다르다. 매매가는 5.6% 상승했고, 2016년 이후 2년간의 연간 상승률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울 상황만으로 전체 주택경기를 진단할 수는 없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주택경기는 호조세가 아니라 안정세다. 서울의 ‘나홀로 상승세’라고 평가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서울이 전반적인 주택경기를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시각을 한번 확대해보자. 주택시장은 자산시장의 하부시장이고, 거시경제의 우산 아래에 있다. 부동산을 제외하고 긍정적인 거시경제 지표는 손에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내수 상황은 더 나쁘다. 고용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감소하는 투자부문도 예년 같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나쁘고, 내년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말하자면 한국 경제가 좋아지고 소득이 증가해서 서울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란 얘기다. 정부 정책이 서울로의 수요 쏠림 현상을 키웠다. 
   
시각을 더 확대해 글로벌 주택시장을 살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2012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다. 지금까지 글로벌시장과 한국시장이 함께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 들어 선도지표인 글로벌 도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견조한 성장세인 미국 경제 여건에도 S&P 뉴욕 주택가격지수는 4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국 토지등록청의 런던 주택가격지수도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23.8% 하락했다. 호주 시드니와 캐나다 밴쿠버도 하락세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주택시장의 동조화 양상을 고려하면 서울의 주택시장도 글로벌 도시들의 흐름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고, 거시경제 부진이 지속하는데 서울 주택시장만 이를 역행해 강세를 이어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 9·13대책을 논외로 하더라도 주택경기 차원에서 서울시장의 과열 현상의 지속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9·21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서울 외곽지 주택공급 효과 논란, 그린벨트 해제 갈등이 추석 연휴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서울 주택시장을 개인의 재테크 관점으로 이해하다보니 거래 상황과 무관한 수요 쏠림과 중산층의 불안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 가격 급등은 정책으로 안정되는 것이 아니고, 안정될 때가 돼야 안정이 된다. 그때가 멀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들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하나의 지역 시장인 서울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정부는 세제·금융·주택·국토 정책까지 동원했다. 정부가 실수요와 투기수요로 이분하면서 계층별 이해에 따른 갈등이 증폭됐고, 주택시장의 자산증식 수단 기능이 너무 부각된 측면도 있다. 단기적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고 장기적 변동성 확대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인위적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정책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