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설산업, AI로 다시 뛰어야 할 시간
보도일자 2025-05-22
보도기관 대한경제
최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인공지능 지수 2025(AI Index 2025)’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자연어 이해, 문제해결, 이미지 분석 등에서 인간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월하는 역량을 급격히 증대시키고 있다. 특히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은 기존의 지식 생산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디지털 전환을 넘어 산업구조 자체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이미 AI 기술을 폭넓게 도입하고 있다. 고객 상담 자동화, 이상 탐지, 공급망 관리 등의 작업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월 평균 10시간 이상의 업무시간을 절감했다. 특히 테슬라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을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너지관리 솔루션·OTA (Over-the-Air) 업데이트 기술 등을 통해 자동차를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의 정체성과 생산물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꾼 혁신적 사례이다.
건설산업에서도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AI 기반 3D 설계, 드론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한 시공관리, 현장 위험요소 예측 모델 개발 등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는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생산방식, 분절된 업역 구조, 아날로그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가 잔존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은 AI 기반 혁신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건설산업도 단순히 구조물을 짓는 전통적인 산업을 넘어, 도시·주거·인프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능형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설계-시공-운영에 이르는 건설 전 라이프사이클 동안 생성된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종별, 사업별, 주체별로 분절되었던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은, 건설 프로젝트의 관리 효율성 제고와 AI 기술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한 기반이 된다. 이를 토대로 건설 각 단계에 적합한 AI 기술을 역할과 기능에 맞게 접목함으로써, 만성적인 생산성 저하와 같은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상생, 공정, 공유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열린 산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AI 기반의 지능형 건설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 참여 주체 모두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혁신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 에너지부의 대규모 정책 금융 지원, 네바다주의 세제 혜택, 인프라 투자 등 정부의 전략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정부도 AI를 통한 건설산업의 재도약과 건설 생산과정 및 시설물의 지능화를 위한 청사진을 수립하고, 건설 AI 실증 테스트베드 지정, 세제 혜택 및 인센티브 제공, 전문인력 양성 등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는 R&D 투자 확대와 함께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테슬라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대학과 장기적인 연구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 인재 양성과 채용을 연계한 것처럼, 건설산업도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기초기술 개발을 넘어 AI와 건설기술의 융합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융합형 전문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정책 설계와 산업 전략 수립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 건설산업과 함께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1950년대 1인당 국민총소득(GNI) 67달러에서 2014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건설산업은 기간산업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11년간 우리 경제는 ‘3만 달러의 벽’에 갇혀 정체되어 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아마존을 온라인 서점에서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킨 제프 베조스는 “진짜 위험한 것은 진화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AI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건설산업의 생존과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건설산업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정체된 국가 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할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