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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해외건설 재인식이 필요한 이유

보도일자 2009-04-20

보도기관 건설경제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에도 예외없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국내기업들의 수주액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현재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49%나 줄었다. 중남미·북미·아시아지역에서 각각 95·85·67% 줄었다. 반면 중동지역은 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중남미 쪽의 감소세는 플랜트상품에 큰 영향을 줬으며, 아시아 쪽의 침체는 토목 상품군에 56% 감소세를 가져왔다.

이 같은 해외건설 수주 감소세를 일각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사상 최대의 수주고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국내기업들의 수주액은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주공사 속성 완전히 달라져

일부의 수주감소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막상 해외건설 현장책임자들은 진행 중인 공사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2006년 이후 신규수주한 공사는 속성상 크게 4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사업규모의 대형·복합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며, 둘째는 이에 반해 공사기간은 더 짧아지고 사업비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사업들이 단순시공이 아닌 턴키나 ‘EP+CM’처럼 설계·엔지니어링·CM 등 소프트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소프트역량이 지배하는 사업은 공사 착수 전에 상당한 사전 계획과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넷째 최근 3년 동안 사업구조가 플랜트 일변도에서 토목·건축 상품 등으로 다변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사업의 이 같은 추세 변화와 함께 국내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은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변화된 사업구조를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전문가와 유경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점이다. 둘째 시공 중심에서의 경험과 실적 자료가 턴키 혹은 ‘EP+CM‘ 계획수립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한계성이다. 셋째는 수주여부의 판단이나 사업 초기 계획수립에 필요한 계량적 수치에 대한 평가 잣대가 없다는 현실이다. 위험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수주책임자 혹은 현장책임자의 의지와 주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공사 관리 혹은 사업관리시스템이 없다는 문제점이다. 과거와 달리 해외건설시장은 기능공보다는 기술자, 기술자보다는 기술관리 및 사업관리 인력이 이동된다. 기능공과 실무 기술자 대부분은 제3국 인력을 사용하게 된다. 이들이 사용할 작업절차서나 사업수행절차서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 개인 대 개인 지시에 의존하는 수작업(?) 방식이 대세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섯째는 본사와 현장 간 의사소통 단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사는 수주에만 관심이 있고, 공사의 진행과 마무리는 현장책임자에게 일임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다.

이제는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수주사업의 속성이 변한 마당에 전통적인 시공 중심 마인드로는 곤란하다.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뜻이다.

 

‘시스템으로 접근’ 인식 가질 때

그리고 초기계획 수립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내나 해외건설공사에서 발주자 혹은 사업관리자(PMC)가 해 왔던 역할이 이제는 국내기업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과 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발주자 혹은 사업관리자가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으로 돌아온다. 계약 이행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체들도 신규수주 못지않게 이미 계약된 공사에 대한 마무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단기적으로 올해 몰려 있는 준공사업을 하나하나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사업관리시스템을 체계화시켜가야 한다. 국내기업들의 역할이 이미 선진 기업형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