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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공공건설 원가 오해와 진실

보도일자 2009-11-24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국정감사때면 공공공사는 으레 국고낭비의 주범으로 부각된다.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이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국민들은 공공공사를 통해 건설업체들이 항상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발주자가 추정한 예정가격보다 낙찰률이 낮아질수록 일부시민단체와 국회위원들은 비용을 절감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로 눈을 돌려보면 이와는 딴판이다. 누구도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예외 없이 비용 절감 여부는 준공시점에서 평가 후 판단한다. 공사비를 절감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입찰시점이 아닌 준공시점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1000억원 예정가격으로 제시된 건설공사에서 입찰자간 투찰비용 차이가 1% 이하면 입찰참여자간 가격담합이 이뤄졌다고 단정하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턴키와 최저가 등 기타 방식간 낙찰률 차이만큼 국고를 낭비했다고 발주기관들을 질타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당한 오해가 숨겨져 있다.
 
건설공사 원가 산정에 기준이 되는 국내 자재비와 인건비 수준에 비해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격이 높다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없다. 국내 건설공사 관련 자재비와 인건비를 세계 주요 90개국과 비교해보면 국민소득 수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공공공사의 원가가 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 결코 높거나 낮지 않다는 뜻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소득 수준에 준하는 위치에 있다.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격과 거의 일치해야 제대로 된 생산원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예정가격의 90%를 넘기면 무조건 가격 담합으로 아예 단정해 버린다는 데 있다. 목소리 큰 개인의 주장이나 기관의 주관적 판단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발주자가 산정한 추정가격의 평균 97%로 낙찰이 이뤄진다고 한다. 미국 도로공사의 경우는 93%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에서 담합으로 낙찰됐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추정가격이 1400억원인 미국 지하철공사에서 7개 입찰자들의 평균 금액 차이가 0.6% 내외인데 이를 두고 누구도 담합의 징후가 있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특정 공사 항목의 경우 입찰자간 가격 차이가 30배를 넘는 경우도 발견된다. 그런데 총 입찰가격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공공공사에서 최저가격낙찰제도가 글로벌스탠다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최저낙찰제를 폐지한지 오래다. 미국도 극히 선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담합의 온상이라고 지적되는 턴키방식이 일반적으로 채택된다. 그런데 유독 왜 국내시장에서만 최저낙찰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국내 최저가낙찰제가 살아남는 이유는 누군가의 희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희생당하는 층이 실제 공사현장의 실 작업자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건설공사에서 50%로 완공하고도 이윤을 챙길 수 있다면 왜 선진국기업이나 제3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지 않을까? 반값으로 공사를 할 수만 있다만 전 세계 건설시장은 국내업체들의 독무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부 부도덕한 평가위원들 때문에 턴키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도 있다. 그러나 폐해는 제도 문제보다 운용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또 부도덕한 사람을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제도운영이나 책임회피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제도를 또 다시 후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