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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건설산업의 상생협력과 파트너링

보도일자 2010-10-06

보도기관 건설경제

경영분야의 탁월한 책, 짐 콜린스가 쓴 에는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저 좋은 기업의 리더들은 과시하기에 바쁘지만 그야말로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겸손이 몸에 배어있다고 말한다. 전자가 카리스마형 리더라면 후자는 어떤 타입의 리더일까?

 짐 콜린스는 그들을 충분히 성숙된 단계5의 리더로 분류한다. 그는 이런 유형의 리더들에게는 ‘조용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조심스러운, 수줍어하는, 정중한, 부드러운, 나서기 싫어하는, 말수가 적은, 자신에 관한 기사를 믿지 않는’ 등의 형용사가 붙어 다닌다고 말한다. 이들은 내면 깊숙이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야말로 조용한 리더들이다.

 구체적으로 카리스마형 리더와 조용한 리더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카리스마형 리더는 자기중심적이고 세상을 수직적 관계로 본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이란 명령지시에 따라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언제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일 뿐이다. 반면, 조용한 리더들은 타인을 배려하면서 세상을 수평적 관계로 본다. 이들에게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일과 삶의 동반자요 함께 승리해야 하는 파트너들이다.

 조용한 리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동반자형 리더 즉, 파트너형 리더가 어울릴 것이다. 이들은 자신보다 상대를 더 중시한다. 자신 속에 꿈틀거리는 의지와 열정을 타인을 통하여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언제나 겸손하게 타인의 협력을 끌어내어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그리고, 성공의 과실과 영광을 모든 참여자들에게 돌린다. 이들은 직원들조차 부하가 아닌 사업의 동반자로 생각한다. 의 번역본에 나오는 ‘창문과 거울’ 이야기를 보면 어떤 사람이 진정한 파트너형 리더인가를 알 수 있다.

 파트너형 리더를 지나치게 이타적인 인물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일 뿐이다. 이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혼자 이익을 얻고 성공하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잘 안다. 이들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함께 더 큰 성공을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대기업만 잘나가고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은 겨우 버텨나간다면 공정하지 못할뿐더러 장기적으로 경제 및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만들고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리드한다고 해도 공정사회를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공정성을 강조하다가 시장의 효율성마저 잃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흥미있기는 하나 골치 아픈 책,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3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저자가 기술한 바와 같이 정의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정의를 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정의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힘든 노력보다는 무엇이 진정으로 개인 각자에게 이익인가를 깨닫게 하는 의식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명한 이기심을 갖춘 리더들이 많아진다면 경제적 효율성을 잃지 않으면서 공정사회를 더 빠르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계에도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나아가 영국이나 미국 등 건설 선진국의 파트너링 발주제도를 배우고 응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런데, 건설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파트너링을 지나치게 제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파트너링 제도를 벤치마킹하러 간 한국 전문가들이 파트너링은 당신들이 더 잘 하지 않느냐는 뼈아픈 지적을 들었다고 한다. 서양사회가 합리적 계약문화에 익숙한 반면, 상생협력과 파트너십은 원래 동양사회가 더 잘 한다. 그것은 제도로 접근되기 전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 먼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 건설업계의 파트너링에는 발주자가 빠져 있다. 정작 파트너링이 가장 필요한 공공 발주자는 관심이 없고 기업들에게만 강요하는 듯하다. 영국 파트너링 제도의 계기가 된 레이샴 보고서가 발주자 주도의 개혁에서 시작된 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발주자 자신을 위하는 길인가를 자각한 데서 파트너링 제도가 생겨났다.

 파트너링은 제도이기 전에 리더십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깨닫고 실천하는 리더십이야말로 파트너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