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닌 머리가 필요하다
보도일자 2010-10-25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공격적 해외수주 외치는 국내 건설사들
벅찬 목표 비해 경쟁력향상 노력은 소홀
‘최대’ 되기 보다 ‘최고 상품·기술’이 먼저
미국 증시에서 애플의 시가총액이 MS(마이크로소프트)보다 26억불을 초과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 IT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인정받던 MS가 애플에 밀렸다는 게 화제다. 애플과 MS 모두 각각 세계 최고기업들임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시가총액 차이가 화제가 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회사들은 최고보다 최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2009년 한 해 기준으로 한 세계 최대 건설기업은 중국철도건설회사다. 비록 중국 철도건설회사가 1·2위를 했지만 최고기업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국 벡텔이 최고기업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벡텔조차 모든 면에서 최고기업은 아니다. 물론 벡텔도 매출액 기준으로 1990년대에 최대기업 위치에 여러번 올랐다. 최대기업은 시장이 만들어 주지만 최고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
최고가 최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최대기업이 최고기업으로 가는 데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과 MS 모두 성장한 과정 및 실패 교훈은 국내건설업체들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애플의 성공과 실패 과정을 보자. 애플은 창업한지 10년 만에 종업원 4000명, 매출액 20억불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애플II와 맥킨토시 제품은 중앙집중식의 사무실 컴퓨터를 개인책상으로 옮김으로서 서비스산업의 환경을 바꿨다. 이런 애플도 성공신화에 너무 매몰돼 다른 경쟁자의 출현을 상상하지 못했다.
애플 신화의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트레이마이크인 ‘청바지+검은 터틀넥(목이 긴 스웨터)’만큼 ‘운영(s/w)+본체(h/w)’를 고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편의성 못지않게 다양성을 요구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등장한 게 바로 MS다. MS는 ‘운영(s/w)+호환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결과는 MS의 시장지배로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립한 애플사로부터 쫓겨났다. 3D 애니메이션 영화 ‘toy story’로 다시 재기하게 된다. 3D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으로 스티브잡스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바로 ‘혼자가 아닌 연대’해야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잡스는 2002년 iPod를 출시하면서 1977년 애플II 시판 당시와 같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iPod가 전 세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잡스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없지만 확신은 가지고 있다.
한 번의 성공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없다’ 핵심은 과거와 달리 타 기술과 협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2010년 ‘iPad+iPhone’을 출시하면서 또 다시 지구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책상, 책상에서 손바닥’으로 업무공간을 이동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건설기업들을 돌아보자. 최근 3년 동안 국내업체들의 해외시장 수주액이 급증하면서 금년 들어 국내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목표대로라면 2020년까지 국내 상위 10대기업들의 수주액이 200조원 이상으로 2009년 국내 건설수주 시장 전체보다 50% 이상 많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는 3~4%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의 수주액 신장세는 연 평균 40% 이상이어야 달성 가능하다.
기업들의 바람과 달리 시장크기는 최대기업을 만들어 줄 만큼의 보장 환경은 전혀 아니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가능하다. 경쟁력은 최고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문제는 벅찬 목표에 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움직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누구나 글로벌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어떻게?’라는 방법과 시간, 투자계획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절대 최고 혹은 최대기업이 될 수 없다. 시공기술만으로 최고․최대기업은 더욱 불가능하다.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체격과 체력이 좋은 사람도 하루 24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몸이 아닌 머리가 필요하다.
‘바쁜 몸에서 바쁜 머리’가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시장이나 상품에 몸으로 도전하는 데는 위험이 따르지만 머리로 도전하는 전략은 위험보다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1887년 파리의 에펠탑 건설계획을 되돌아보자. 당시 기술로 높이 300m 탑을 건설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교량구조기술자인 구스타프 에펠은 철교를 세우면 300m 높이도 가능하다는 발상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당시 석조기술로 300m 불가론에 젖어 있을 때 에펠은 철강구조 다리를 수직으로 세우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연간 유료 관광객 700만명 이상인 파리의 랜드 마크가 건설기술자에 의해 탄생된 배경이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낸 건설상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외형을 2~3배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 시장과 상품을 만들어 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이유다. 최대가 되기 전에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상품과 기술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벅찬 목표 비해 경쟁력향상 노력은 소홀
‘최대’ 되기 보다 ‘최고 상품·기술’이 먼저
미국 증시에서 애플의 시가총액이 MS(마이크로소프트)보다 26억불을 초과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 IT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인정받던 MS가 애플에 밀렸다는 게 화제다. 애플과 MS 모두 각각 세계 최고기업들임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시가총액 차이가 화제가 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회사들은 최고보다 최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2009년 한 해 기준으로 한 세계 최대 건설기업은 중국철도건설회사다. 비록 중국 철도건설회사가 1·2위를 했지만 최고기업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국 벡텔이 최고기업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벡텔조차 모든 면에서 최고기업은 아니다. 물론 벡텔도 매출액 기준으로 1990년대에 최대기업 위치에 여러번 올랐다. 최대기업은 시장이 만들어 주지만 최고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
최고가 최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최대기업이 최고기업으로 가는 데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과 MS 모두 성장한 과정 및 실패 교훈은 국내건설업체들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애플의 성공과 실패 과정을 보자. 애플은 창업한지 10년 만에 종업원 4000명, 매출액 20억불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애플II와 맥킨토시 제품은 중앙집중식의 사무실 컴퓨터를 개인책상으로 옮김으로서 서비스산업의 환경을 바꿨다. 이런 애플도 성공신화에 너무 매몰돼 다른 경쟁자의 출현을 상상하지 못했다.
애플 신화의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트레이마이크인 ‘청바지+검은 터틀넥(목이 긴 스웨터)’만큼 ‘운영(s/w)+본체(h/w)’를 고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편의성 못지않게 다양성을 요구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등장한 게 바로 MS다. MS는 ‘운영(s/w)+호환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결과는 MS의 시장지배로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립한 애플사로부터 쫓겨났다. 3D 애니메이션 영화 ‘toy story’로 다시 재기하게 된다. 3D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으로 스티브잡스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바로 ‘혼자가 아닌 연대’해야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잡스는 2002년 iPod를 출시하면서 1977년 애플II 시판 당시와 같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iPod가 전 세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잡스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없지만 확신은 가지고 있다.
한 번의 성공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없다’ 핵심은 과거와 달리 타 기술과 협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2010년 ‘iPad+iPhone’을 출시하면서 또 다시 지구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책상, 책상에서 손바닥’으로 업무공간을 이동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건설기업들을 돌아보자. 최근 3년 동안 국내업체들의 해외시장 수주액이 급증하면서 금년 들어 국내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목표대로라면 2020년까지 국내 상위 10대기업들의 수주액이 200조원 이상으로 2009년 국내 건설수주 시장 전체보다 50% 이상 많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는 3~4%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의 수주액 신장세는 연 평균 40% 이상이어야 달성 가능하다.
기업들의 바람과 달리 시장크기는 최대기업을 만들어 줄 만큼의 보장 환경은 전혀 아니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가능하다. 경쟁력은 최고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문제는 벅찬 목표에 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움직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누구나 글로벌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어떻게?’라는 방법과 시간, 투자계획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절대 최고 혹은 최대기업이 될 수 없다. 시공기술만으로 최고․최대기업은 더욱 불가능하다.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체격과 체력이 좋은 사람도 하루 24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몸이 아닌 머리가 필요하다.
‘바쁜 몸에서 바쁜 머리’가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시장이나 상품에 몸으로 도전하는 데는 위험이 따르지만 머리로 도전하는 전략은 위험보다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1887년 파리의 에펠탑 건설계획을 되돌아보자. 당시 기술로 높이 300m 탑을 건설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교량구조기술자인 구스타프 에펠은 철교를 세우면 300m 높이도 가능하다는 발상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당시 석조기술로 300m 불가론에 젖어 있을 때 에펠은 철강구조 다리를 수직으로 세우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연간 유료 관광객 700만명 이상인 파리의 랜드 마크가 건설기술자에 의해 탄생된 배경이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낸 건설상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외형을 2~3배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 시장과 상품을 만들어 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이유다. 최대가 되기 전에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상품과 기술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