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시론-김현아] 황금 알 낳던 재건축 시대 끝났다

보도일자 2011-05-12

보도기관 국민일보

얼마 전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폐지 및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가 이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는 관련 부처의 해명자료가 곧바로 발표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제는 아니더라도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당연하다. 낡은 주택이 100만호를 넘어서고 있는데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은 점점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약 12만호의 주택이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로 교체되고 약 3만호의 아파트가 추가 공급됐다. 순수 민간 자력 사업이었던 재건축 사업이 이처럼 원활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사업 구조다. 재건축 사업을 하면 용적률이 늘게 되고 추가 건축 면적을 일반 분양하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들은 큰 비용 부담 없이 새 아파트를 얻게 된다. 주로 낡은 저층 아파트가 많았던 시기에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였다.

둘째, 인구 구조상 풍부한 수요와 부동산 경기가 뒷받침됐다. 베이비 부머의 주택교체 수요가 몰렸던 2000년대에 신축 중대형 주택이 될 수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2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이 재건축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다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추진 유인이 됐다. 어느덧 재건축 사업에 투자 목적까지 가미되면서 재건축 사업은 재정착보다는 매각 후 처분을 노리는 자본이득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불렸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은 부동산 과열의 진원이 되면서 무수한 규제를 양산시키는 원인이 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2006년에 도입됐는데 ‘초과’라는 명칭 자체에서도 얼마나 재건축 사업이 주택가격 폭등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현실성 없어

그러나 최근 재건축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규제의 탓도 있겠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반분양분의 수익금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입된 비용도 충당하지 못해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금이 수억원에 이르는 것이 일반화됐다. ‘재건축 초과이익’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도 재건축 사업이 예전처럼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고층화되면서 용적률 증가분이 미미하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고가의 신축 주택을 계속 사줄 수 있는 고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재테크 목적의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지속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착 역시 수억원대 추가 부담금이 필요하다면 머뭇거리는 조합원이 늘 것이다. 수명이 늘면서 주거 외에 노후자금 수요는 점점 더 늘어 오히려 살고 있는 주택마저 줄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 제시할 필요

최근 뉴타운 사업지구 해제 및 포기 사태가 늘면서 뉴타운 사업은 공적 지원과 개입이 확대되는 쪽으로 개선 방향이 정해지는 듯하다. 재건축 사업도 변화가 필요하다. 공공 지원이 필요한 재개발 사업과 달리 재건축 사업은 중산층이 부담 능력에 맞게 자력으로 주거지를 정비케 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을 못 하게만 하지 말고 인구감소 및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도시정비 모델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유도하는 재정착형 재건축 사업 추진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 부담금을 장기적으로 분납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과 지분을 나누어 도시형 임대주택을 함께 건설해 세대 간 통합을 이루고 임대소득도 거둘 수 있는 사업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재건축 사업도 이제는 개개의 규제 완화를 논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좀더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과제로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