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공사이행보증제 개선 급하다

보도일자 2011-07-05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도입된 제도가 있다. 이른바 이행보증이다. 건설공사에서는 계약자가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해 공사를 완성해 주도록 하는 공사이행보증제도가 있다. 미국의 ''퍼포먼스 본드(Performance bond)''로 발전한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1997년 공공부문 공사부터 약간 변형돼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공사계약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사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증기관이 발주자에게 납부하는 계약보증만이 공공공사 계약에서 이용되었다.

공사이행보증제도가 공공공사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01년 최저가낙찰제 공사에 대해 계약보증 대신 공사이행보증을 의무화한 이후다. 2007년 기술제안입찰 대상공사, 2010년 턴키ㆍ대안 입찰 대상공사도 공사이행보증이 의무화되었다. 2011년부터 계약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미리 정한 연대보증인이 공사를 수행하는 시공연대보증인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적격심사 대상공사도 발주자가 공사이행보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같이 공사이행보증이 공공공사 계약을 이행하는 보증의 주류가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사이행보증제도의 문제점은 이슈화되지 않았다. 2007년까지 계약자가 공사를 이행하지 않는 보증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도부터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보증사고를 처리되는 과정에서 제도의 문제점과 미비 사항 등이 노출되어 공사 준공이 지체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 공사이행보증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노출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우선, 보증기관의 보증이행방식을 다양화하여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 현행 제도는 계약자가 부도 등으로 공사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기관이 보증이행업체와 시공위탁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이행하는 방안과 보증금 납부로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한정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고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여 계속 공사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공사 완성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증기관이 사고업체에 자금지원을 하여 공사를 완성하는 방안도 허용해야 한다.

둘째, 계약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발주자가 보증기관에게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 시일을 경과하여도 착공하지 않는 경우, 계약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실행공정률이 계획공정률에서 10%포인트 이상 지연되는 경우 등 발주자가 보증기관에게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또한, 계약자가 공사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발주자가 강제로 계약자와의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타절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보증이행청구 사유가 예견되는 경우 발주자는 계약자 및 보증기관에 2회 이상 최고하게 하여 계약자에게 공사 속행을 독촉하고 계약자가 계속 공사를 수행하지 않으면 발주자는 강제로 공사를 해지하고 타절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현재는 계약자가 명백하게 부당한 공사 중단을 하여도 청구 사유 및 시기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발주자는 보증이행청구를 게을리한다. 발주자가 보증이행청구를 신속히 하지 않는 이유에는 지체상금은 보증기관이 보증금으로 책임져야 할 사항이므로 보증이행청구가 지체되어도 보전할 수 있어서다. 소위 발주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시키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증이행 청구사유 발생 시 보증기관도 발주자에 대해 보증이행청구 요청을 할 수 있게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주자는 보증이행 청구를 하게 하여 공사 준공이 지연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방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