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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물량내역수정입찰 제도 폐지해야

보도일자 2011-08-22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정부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순수내역입찰과 물량내역서수정입찰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인위적인 본공사 물량 삭감 경쟁으로 전락=그런데 최근 물량내역수정입찰의 시행 사례를 보면, 본래의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단순히 레미콘량이나 철근량과 같이 본 공사의 물량 삭감에 의한 낙찰가격의 하락에만 치중해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입찰 사례를 보면, 발주자 측에서는 입찰자의 수정 내역이 해당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탈락시키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물량 삭감에 의한 덤핑 경쟁이 과열되면서 낙찰률이 크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물량내역수정입찰이 본래의 도입 목적에 부합하려면, 발주자가 제공한 물량내역서를 검토해 과다설계내역이나 원가절감요소를 찾아내고, 보다 효율적인 시공법을 고민해 이를 물량내역서에 반영·수정해 입찰에 참여하고, 발주자가 이를 평가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원가절감요소의 예로서는 투입장비 변경, 장비조합 변경, 인력시공을 기계화시공으로 대체, 가설재 변경, 인근 부산물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인 평가가 상당 부분 개입될 여지가 있고, 또 심의에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주기관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물량내역수정입찰’의 운용 방식을 단순히 ‘물량’의 적정성 심사로 국한해 제도를 단순화시킨 측면이 존재한다. 즉, 현행 운영방식으로는 본래 물량내역수정입찰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물량내역수정입찰이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에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적정하게 수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운영 실태를 보면, 입찰자는 소요 물량을 삭감하는데 치중하고, 소요 물량의 상향 수정은 기피하는 문제점도 있다.

그 이유는 현재 물량내역수정입찰이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적용되고 있는데, 누락된 물량이나 부족한 물량 등을 적정하게 수정할 경우, 투찰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량의 상향 수정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래 목적대로 물량내역서가 완전하게 정비되기도 어렵다.

◇물량내역서는 발주자 책임하에 정비되는 것이 바람직=물량내역수정입찰 하에서는 설계변경 등이 어려워지고, 입찰자의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면서 발주자 우위의 편향적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물량오류 수정 등 설계도서의 정비는 발주자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찰자에게 설계도서의 정비 책임을 부과하는 물량내역수정입찰은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나아가 설계도서의 오류 등에 대해 발주자가 책임을 지지않고, 이를 입찰자에게 전가해 설계변경 등을 불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물량내역수정입찰과 유사한 입찰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설계/시공 분리방식의 경우, 발주자가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제공하되, 물량내역서(Bill of Quantities : BOQ)를 제공하는 것은 선택 사항으로서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발주자가 입찰자에게 물량내역서를 제공하더라도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와 같이 입찰자에게 물량내역의 오류를 수정하는 절차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입찰자가 물량내역에서 중대한 오류를 발견한 경우, 발주자가 이를 수정해 모든 입찰자에게 공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도 존치시에는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해야=결론적으로 입찰자의 적산 및 견적 능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파행적으로 운영될 확률이 높은 물량내역수정입찰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발주자 재량하에 일부 공종에서 순수내역입찰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현행 제도 존치시에는 발주자의 판단하에 물량내역수정입찰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임의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물량내역 수정 사유를 물량 산출상의 단순 오류, 즉, 계산이나 산식, 단위 오기 등의 수정으로 국한할 필요도 있다.

또, 발주자가 제공한 소요 물량이 실제보다 적거나 혹은 누락된 공종이 있는 경우, 이를 적절히 수정토록 하고, 저가심사에서는 물량의 상향 수정으로 인해 높아진 입찰금액은 배제한 후, 가격 적정성을 심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낙찰된 후에는 물량상향수정에 의한 비용 상승분을 계약금액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설계변경이 불허되는 부분은 입찰자가 수정한 ‘세부공종’의 ‘물량’으로 국한하는 것이 요구된다.

최민수 건설정책연구실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