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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테마진단] 생활형 SOC와 주거환경 개선

보도일자 2012-04-29

보도기관 매일경제

우리나라 강점으로 꼽히는 역동성은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임기응변의 창의성으로 경제 활력의 기반을 이룬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다이내믹 코리아`는 온탕 아니면 냉탕식 극단으로 흐르려는 경향성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한 예로 요즘의 복지 논쟁을 꼽을 수 있다. 어느새 `성장`이란 단어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호로 전락했으며, `복지`를 앞세워야 정치적으로 개념 있는 주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축소 대상이며 소위 복지 지출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복지는 과연 양자택일의 타협점이 전혀 없는 선택인지 의문이 생긴다. 지금 혹평을 받고 있는 과거 성장정책도 근본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복지정책 측면에서 추진된 것이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앞으로는 복지를 위한 성장정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정치권이야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이 제대로 된 내년도 예산 수립이다.

성장에 주안점이 있었던 때는 SOC 투자를 통해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만, 공항, 산업단지 등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확충했다. 이들 시설은 국민 편의 증진뿐만 아니라 생산효율성 제고와 물류비용 절감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한 투자를 했음에도 우리나라 기반시설 수준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국가물류비의 GDP 비중은 약 13%로 일본, 미국의 한 자릿수대 수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평가하는 시설별 국가경쟁력 평가도 대체로 2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런 실정을 도외시한 채 SOC시설 구축을 중지하다시피 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저해할 수도 있다. 아울러 SOC 시설이 근본적으로는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함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개념의 SOC 축적에는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의 투자 편중이 용인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SOC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우월한 고용ㆍ생산 유발효과로 지방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해왔으므로 복지를 위해서라도 이 분야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투자 내용이 `생활형 SOC`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추진된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복지를 위한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형 SOC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아직도 지역 편차가 가강 큰 것이 주거 부분이다.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아니라도 주민의 삶터와 커뮤니티를 파괴하지 않는 소규모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유휴 동사무소나 학교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해 행정, 교육, 노인복지, 육아 등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에너지 자립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재해에 강한 건물, 교통ㆍ통신ㆍ상하수도망을 구축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무공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제공도 SOC 산업의 역할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국민 복지 증진, 지역경제 활성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어느 한 선택을 억지로 강요할 필요는 없다. 현명한 선택은 균형과 조화를 찾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복지만을 강조하는 선택은 자칫 복지와 성장 모든 것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용의 묘를 찾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기대해본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