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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현명한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을 따진다

보도일자 2012-09-21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아침 출근부터 바쁘게 오전 시간을 보낸 직장인에게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오는 점심시간은 하루 근무의 백미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근방의 맛집찾기도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데 제법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비싸고 맛있는 집은 절반의 성공이고 싸고 맛까지 좋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비싸고 맛이 없다면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습관적으로 가까운 몇몇 음식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가격과 맛과 취향에 따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찾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공급자들의 적자생존 노력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키우게 된다. 똑똑한 소비자의 이런 긍정적인 역할은 비단 음식점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주택의 경우를 보자. 오래 전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선임자들은 돈을 모아 집 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대출받아 사놓고 보라고 조언했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당시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부동산을 통해 떼돈을 버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요즘 시장상황을 보면 오히려 부동산에서 손해를 보거나 무리한 투자로 빛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가 속출하고 있다. 인구구조와 주택보급 정도를 보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는 이제 소유할 것인지 임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살 때도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택의 유형, 교통 및 주변 환경, 교육여건, 환금성, 인생의 사이클 등 복잡한 판단을 해야 한다. 몇 억원이 왔다갔다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몇 백억원, 심지어는 몇 조원의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현명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 돈을 쓰는 개인의 경우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지게 되므로 삼자가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 세금을 쓰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호화청사 또는 싸구려 도로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좋을 텐데 비가 새고 지반이 내려앉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으니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것이다.

 공공 발주자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공급자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민의 감시 눈초리를 의식해 지나치게 기계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상급기관의 지침범위에서 주관적 판단 없이 획일적으로 공급자를 정하는 투명성만을 강조하는 면피성의 자존감 없는 자세가 문제다. 엄청난 지출이 수반되는 공공사업이니 만큼 획일적인 최저가낙찰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방적인 최저가낙찰제는 무리한 경쟁에 의한 덤핑낙찰로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및 불안정은 물론 시공 불량, 안전사고 증가, 하도급, 재하도급 업체들의 도산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품질, 가격, 공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자를 정하는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가격과 객관성 및 투명성이 중요시되는 경우가 있고 품질과 주관적 평가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현명한 발주자가 예산절감은 물론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까다로운 음식점 고르기는 잠깐의 개인적인 즐거움을 주고, 신중한 부동산 구입은 가정의 10년 행복을 좌우하며, 현명한 공공사업 추진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