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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국가 건설경쟁력 평가 잣대의 모순

보도일자 2013-01-28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에 발표된 2012년 한국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를 두고 의구심과 우려를 표시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23개국 중 건설인프라 경쟁력 순위가 10위로, 건설기업 역량 평가는 7위로 되어 있다. 기업 역량 평가가 1년 만에 5단계, 설계엔지니어링 경쟁력은 9단계나 뛰어 올랐다. 산업체들의 회의적 목소리는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어떻게 순위가 올라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들린다. 우려의 목소리는 국내 건설인프라와 기업역량이 과대평가되어 신정부의 건설 정책이 잘못 갈 수 있다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건설인프라 평가 잣대의 기준은 중국을 100으로, 기업역량은 미국을 100으로 했다. 상대평가에서 100은 완벽 혹은 완성을 의미한다. 세계 어느 산업이나 기술에서 100을 주장하지 않는다. 기술의 완성도를 100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은 기술경쟁력은 상대 평가로서 완벽한 기술은 있을 수 없다는 단언이다. 경쟁에서 수요자에게 선택권이 있는지 혹은 공급자에게 선택권이 있는지 여부가 결정 될 따름이다. 수요자인 발주자가 선택권을 가진다는 의미는 기술 외 가격과 공기, 그리고 품질과 성능을 따져 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공급자인 입찰자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시장에서 누구도 갖지 못한 독창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순위로 평가 잣대를 매기는 데는 상당한 위험성이 따른다.

정부가 발표한 순위와 정반대 현상을 짚어 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에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144개국 중 국가인프라시설의 경쟁력이 가장 높은 국가로 1위 스위스, 2위 싱가폴, 한국은 22위, 미국은 25위로 평가했다. 정부가 1위로 발표한 중국은 69위에 불과하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토목학회(ASCE) 등은 미국의 경쟁력을 25위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다. 부실한 투자와 관리가 미국의 국제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주범이라고 까지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해외건설시장 경쟁에서 산업체들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수준이 선진국 기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침을 체감하고 있는 반면 정부 평가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보다 상위로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설계엔지니어링 및 시공기술 수준은 건설인프라부문에서 만큼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역량이 세계 최강의 수준을 뛰어넘는 게 사실이라면 더 이상 정부 지원책이 전혀 필요 없게 된다. 미국이나 네덜란드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과 같다.

국가 차원의 경쟁력이나 역량을 상대 평가하는 잣대는 그 자체가 글로벌 시장과 호환 혹은 비교 가능해야 한다. 한국식 혹은 우리식의 잣대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수립과 정의의 가늠자로 사용되어서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2012년 기준 60%를 넘어 섰고 산업체들의 수주액 비중도 40%를 넘어 5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들은 해외건설시장에 사활을 걸 만큼 해외시장의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다.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가 글로벌 역량을 제대로 갖춘 인재 부족에 있다. 정부 평가 잣대로 보면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될 사항을 산업체들이 핵심 문제로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로 개선의 여지가 너무 커 보인다.

선진국이나 선진국 기업들은 비교 평가하는 잣대로 계량적 순위보다는 정성적 평가 방식을 선호한다. 상대평가에서 ‘100이 될 수 없으면 99%든 1%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어느 글로벌 건설기업 임원의 말이 새삼스럽다. 1%나 99%나 모두 100%를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원전의 기술자립도가 ’95년도에 95%였던 것이 15년이 지난 2010년도에도 여전히 95%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내 원전기술개발에 연간 수천억원 넘게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은 몇 %나 몇 위가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기술력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평가 잣대와 눈높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관들과 호환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맞추는 게 정답이다. 국제시장 규모를 글로벌 상위 225대 기업 시장으로 보는 것은 5%만으로 전체 시장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5% 시장만의 평가로 보면 ‘81년도에 한국건설이 세계 2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시장 규모에 따라 가변적인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 더구나 세계 건설 투자 규모가 연 6~7조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산업체 누구도 한국건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 한국건설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기업과는 기술경쟁, 중국과 인도 등 신흥기업과는 가격경쟁 심화에 낀 샌드위치 속이다. 산업체 누구나 동의하기 힘든 평가 잣대로 신정부의 거시 건설정책이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가기준과 방법, 그리고 절차를 조기에 글로벌화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