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
보도일자 2013-07-17
보도기관 건설경제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이자 정책현안이 되고 있다. 국회는 ‘짓눌린 乙’ 보호를 위한 입법에 여념이 없다. 건설업계도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는 그리 생소한 주제가 아니다. 비록 그런 용어가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고 해묵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건설생산주체들 간의 제도와 관련된 집단갈등치고 경제민주화와 관련되지 않은 이슈는 드물 것이다.
건설산업 분야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공공발주 물량의 배분과 관련된 것이고, 둘째는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이슈다. 이 두 이슈가 경제민주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공공발주 물량의 배분과 관련된 이슈는 이미 다양한 제도로 시행되어 오고 있다. 소위 업역 및 대ㆍ중ㆍ소 또는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업역 간과 대ㆍ중ㆍ소,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 제도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역 간 물량배분 제도는 면허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실현된다. 즉 구분된 면허제도에 근거한 분리발주제도, 겸업제한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동종 업역 내에서 대ㆍ중ㆍ소 또는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는 주로 입낙찰제도를 통하여 실행된다. 도급한도제도, 등급별입찰제도, 지역제한입찰제도,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 적격심사낙찰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제도들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발주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가 오래전부터 발달해 온 데는 다음 두 가지 문화적 배경이 있다. 첫째는 최대발주자이면서 동시에 산업진흥자 내지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온 정부의 막강한 파워와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업역 기득권을 형성하는 견고한 업역제도와 업역주의 문화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물량배분 제도의 효과다. 외형적 경제민주화에는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평할 수 있으나 건설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량배분 위주의 제도가 정착되다 보니 경제보다는 정치논리가 중시되었고, 고질적인 정부 및 규제 의존형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불공정행위 관련 이슈는 도급단계에서의 불평등한 전가구조를 없애는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불공정행위 하면 누구나 쉽게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관계를 떠올린다. 하도급 대금의 지연과 체불, 지연이자의 미지급,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책임전가 및 부당특약의 강요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불공정행위 이슈를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관계로만 국한해서 보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하도급자 또한 노무하도급자와 근로자에게 고용관리 및 산업안전관련 비용을 전가하고 임금 지급 지연 등의 불평등 관계를 강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있다. 발주자와 원도급자의 관계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는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늘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발주자가 주로 공공, 즉 정부였기 때문이다. 공공발주자인 정부가 운용하는 제도 중 장기계속계약제도와 예정가격제도는 제도 자체가 이미 불평등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발주처 책임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 비용의 미지급,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책임의 전가 등과 같은 관행화된 부분도 적지 않다. 건설산업의 생산구조가 다단계의 도급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바로 이 발주자의 불공정행위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건설산업 분야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개선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역 및 중소업체 보호 관련 제도가 확대되고, 업역 및 시공부문별 분리발주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부당하도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고, 하도급대금 현금결제 등을 포함한 하도급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 취지에는 상당부분 공감하면서도 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퍼갑’이라 불리는 공공발주자의 불공정행위를 열외로 하는 제도개선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물량배분 관련 제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유의 원칙과 양립하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 내지 시장원리를 침해하는 경제민주화는 무의미하며, 심할 경우 건설산업의 기반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경쟁만 강조해서도 안 될 것이다. 참된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는 건강한 건설생태계와 공생발전의 토대 위에서 실현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건설업계는 협력의 가치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공정경쟁은 불가피하게 규제를 요구하나 상생협력은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상생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주자 혁신이 요구된다. 공공발주자가 모든 건설생산의 참여주체들을 공동의 이익창출을 위한 파트너로 대우할 때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다.
건설산업 분야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공공발주 물량의 배분과 관련된 것이고, 둘째는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이슈다. 이 두 이슈가 경제민주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공공발주 물량의 배분과 관련된 이슈는 이미 다양한 제도로 시행되어 오고 있다. 소위 업역 및 대ㆍ중ㆍ소 또는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업역 간과 대ㆍ중ㆍ소,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 제도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역 간 물량배분 제도는 면허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실현된다. 즉 구분된 면허제도에 근거한 분리발주제도, 겸업제한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동종 업역 내에서 대ㆍ중ㆍ소 또는 지역업체 간의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는 주로 입낙찰제도를 통하여 실행된다. 도급한도제도, 등급별입찰제도, 지역제한입찰제도,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 적격심사낙찰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제도들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발주 물량배분을 위한 제도가 오래전부터 발달해 온 데는 다음 두 가지 문화적 배경이 있다. 첫째는 최대발주자이면서 동시에 산업진흥자 내지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온 정부의 막강한 파워와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업역 기득권을 형성하는 견고한 업역제도와 업역주의 문화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물량배분 제도의 효과다. 외형적 경제민주화에는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평할 수 있으나 건설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량배분 위주의 제도가 정착되다 보니 경제보다는 정치논리가 중시되었고, 고질적인 정부 및 규제 의존형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불공정행위 관련 이슈는 도급단계에서의 불평등한 전가구조를 없애는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불공정행위 하면 누구나 쉽게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관계를 떠올린다. 하도급 대금의 지연과 체불, 지연이자의 미지급,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책임전가 및 부당특약의 강요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불공정행위 이슈를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관계로만 국한해서 보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하도급자 또한 노무하도급자와 근로자에게 고용관리 및 산업안전관련 비용을 전가하고 임금 지급 지연 등의 불평등 관계를 강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있다. 발주자와 원도급자의 관계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는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늘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발주자가 주로 공공, 즉 정부였기 때문이다. 공공발주자인 정부가 운용하는 제도 중 장기계속계약제도와 예정가격제도는 제도 자체가 이미 불평등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발주처 책임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 비용의 미지급,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책임의 전가 등과 같은 관행화된 부분도 적지 않다. 건설산업의 생산구조가 다단계의 도급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바로 이 발주자의 불공정행위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건설산업 분야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개선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역 및 중소업체 보호 관련 제도가 확대되고, 업역 및 시공부문별 분리발주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부당하도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고, 하도급대금 현금결제 등을 포함한 하도급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 취지에는 상당부분 공감하면서도 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퍼갑’이라 불리는 공공발주자의 불공정행위를 열외로 하는 제도개선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물량배분 관련 제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유의 원칙과 양립하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 내지 시장원리를 침해하는 경제민주화는 무의미하며, 심할 경우 건설산업의 기반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경쟁만 강조해서도 안 될 것이다. 참된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는 건강한 건설생태계와 공생발전의 토대 위에서 실현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건설업계는 협력의 가치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공정경쟁은 불가피하게 규제를 요구하나 상생협력은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상생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주자 혁신이 요구된다. 공공발주자가 모든 건설생산의 참여주체들을 공동의 이익창출을 위한 파트너로 대우할 때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