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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족쇄풀린 재건축, 활성화의 조건

보도일자 2014-02-25

보도기관 건설경제

올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포함한 ‘재건축 규제완화’ 때문에 시장이 시끄럽다. 과연 이번 규제완화가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시킬지에 대한 관심도 크지만 아직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에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불만과 견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재건축 시장’은 민감한 이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은 이미 경제사회 환경변화로 도입 취지가 상실된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변형ㆍ운영돼 오던 낡은 제도들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완화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의 반응보다는 이러한 제도변화가 재건축 등 민간주택 재정비 시장에 근본적인 활력을 제공할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씩 그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이미 주택가격 상승이 둔화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당초 취지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나마 올해 말까지 부과를 중지한 상태여서 올해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에는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올해 안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해 사업을 추진하려던 단지들은 좀더 느긋하게 재건축 사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번에 폐지가 되지 않았더라면 재건축 사업승인이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클 것이고 이는 대규모 이주수요를 유발하여 인근 지역 전월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요즘같이 불안한 전월세 시장에는 다행인 셈이다.

 두 번째로 조합원의 주택분양호수 제한이다. 이미 ‘1조합원 1주택 분양원칙’이 적용되었기에 현재 이 규제완화의 수혜 대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향후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하려는 수요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규모확대형 재건축에서 자산분리형(1+1 재건축 등) 재건축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라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나 기업이 사택의 개념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현 제도 하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경우 1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강제로 현금청산을 해야 했던 것이 이제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수만큼 분양받을 수 있게 되었다.

 소형평형 의무건설제도 개선도 마찬가지이다. 소형평형 주택의 의무건설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85㎡ 이하의 소형주택 안에서도 다시 세부 규모별로 주택의 건립비율까지 규정하였던 것을 자율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규제완화’라기보다는 ‘규제 정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제 재건축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인가?

 이번에 풀린 재건축 규제는 모두 도입된 지 7년에서 10년 가까이 된 제도들이다. 그 사이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소유자들이 모두 고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자의 3분의2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의 평균 사업기간(약 7∼9년)을 감안하면 이들이 재건축 사업을 마칠 때쯤이면 모두 60세 이상의 노인가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추가부담금을 들여 이렇게 장기간 소요되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준공된 지 15년만 지나면 재건축 사업에 준하는 대수선의 수평·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한 반면 정작 재건축 사업이 필요한 20년 이상된 주택들은 재건축 허용연한을 규제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 때문에 길게는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분양가상한제도 여전히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주택시장의 대못과 같은 굵은 규제들이 하나둘씩 폐지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달라진 환경 속에서 이러한 대못의 빈자리가 이제 시장의 힘으로는 메워지지 않는다. 민간부문이 자력으로 주택을 재정비할 수 있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사업은 좀더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