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메달보다 소중하게 다가온 감동
보도일자 2014-03-18
보도기관 건설경제
“저는 정말 속상하지 않아요.” 갈라쇼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던진 말이다. 정말로 그녀의 얼굴은 환하고 편안해 보였다. 경기를 마친 뒤 흘린 눈물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판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계속 분위기가 점수나 결과에 치우쳐 있다 보니 내 눈물의 이유를 그 쪽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 100% 솔직하게 눈물의 의미에 전혀 억울함이나 속상함은 없다” 며 김연아는 웃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금메달을 빼앗긴 억울한 심정이 얼굴에 묻어날 법도 한데 어찌 그리 초연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한국인은 물론 세계의 많은 사람들조차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달랐다. “결과가 어찌 됐건 경기가 잘 끝났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드디어 마지막 마무리를 해서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는 말 속에는 어떤 원망이나 분노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500m 쇼트트랙에서 경쟁 선수의 실수로 두 번이나 넘어지며 가까스로 동메달을 딴 박승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억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시합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다행히도 며칠 뒤 10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만약 그녀가 마음 한가운데 억울함과 분노를 계속 품고 있었더라면 다음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이 이들 20대 젊은이로 하여금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하였을까.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오직 한 길만 달려온 이들로 하여금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오랫동안 인생 경험을 축적해 온 사람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걸 다 이루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것보다는 수많은 연습과 실전의 과정에서 엄청난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도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자.” 이순의 나이를 눈앞에 둔 필자가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말이다. 살다보면 실수든 고의든 남으로부터 화살 맞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화살을 너무 자주 맞는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화살을 여러 번 맞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보다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
사실 이 말은 불교경전 ‘아함경’에 전해오는 붓다의 말이다. 첫 번째 화살은 남이 쏘는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두 번째 화살이다. 두 번째 화살은 바로 자기 자신이 쏘는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고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일으킬 때 우리는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된다. 첫 번째 화살만으로 상처가 심해지지는 않는다. 마음 속으로 두 번째 화살을 맞을 때 상처는 더 깊고 넓게 퍼진다.
소치 올림픽의 한국 건아들은 첫 번째 화살만 맞은 것이다. 스스로의 굳건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두 번째 화살을 물리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큰 감동을 주었고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그들은 눈앞의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영예를 뛰어넘는 세계인의 심성을 보여준 것이다.
삶의 과정에서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야만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게 미움, 분노, 그리고 원망의 마음을 품고 있는 한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만약 상대가 의도적으로 독화살을 쏘았다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노력은 더더욱 중요하다. 미움, 분노, 원망의 마음을 일으키면 결국 상대의 의도대로 말려들고 말테니까.
물론 잘못된 심판과 제도의 문제를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대한 쿨하게 접근해야 한다. 판정은 쉽게 번복되기 어렵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질 때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게 된다. 잘못된 판정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을 넘어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겠다는 더 큰 뜻도 담겨 있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질 때 우리는 상처를 덜 받게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붓다의 이 소중한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왔는데 김연아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필자에겐 금메달보다 더 소중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미움, 분노, 원망 따위의 마음은 갖지 말자. 굳건히 다짐하면서 4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는 얄팍한 애국심에 사로잡혀 편파 판정을 하지 않을지 은근히 걱정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금메달을 빼앗긴 억울한 심정이 얼굴에 묻어날 법도 한데 어찌 그리 초연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한국인은 물론 세계의 많은 사람들조차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달랐다. “결과가 어찌 됐건 경기가 잘 끝났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드디어 마지막 마무리를 해서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는 말 속에는 어떤 원망이나 분노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500m 쇼트트랙에서 경쟁 선수의 실수로 두 번이나 넘어지며 가까스로 동메달을 딴 박승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억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시합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다행히도 며칠 뒤 10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만약 그녀가 마음 한가운데 억울함과 분노를 계속 품고 있었더라면 다음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이 이들 20대 젊은이로 하여금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하였을까.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오직 한 길만 달려온 이들로 하여금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오랫동안 인생 경험을 축적해 온 사람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걸 다 이루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것보다는 수많은 연습과 실전의 과정에서 엄청난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도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자.” 이순의 나이를 눈앞에 둔 필자가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말이다. 살다보면 실수든 고의든 남으로부터 화살 맞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화살을 너무 자주 맞는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화살을 여러 번 맞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보다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
사실 이 말은 불교경전 ‘아함경’에 전해오는 붓다의 말이다. 첫 번째 화살은 남이 쏘는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두 번째 화살이다. 두 번째 화살은 바로 자기 자신이 쏘는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고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일으킬 때 우리는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된다. 첫 번째 화살만으로 상처가 심해지지는 않는다. 마음 속으로 두 번째 화살을 맞을 때 상처는 더 깊고 넓게 퍼진다.
소치 올림픽의 한국 건아들은 첫 번째 화살만 맞은 것이다. 스스로의 굳건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두 번째 화살을 물리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큰 감동을 주었고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그들은 눈앞의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영예를 뛰어넘는 세계인의 심성을 보여준 것이다.
삶의 과정에서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야만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게 미움, 분노, 그리고 원망의 마음을 품고 있는 한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만약 상대가 의도적으로 독화살을 쏘았다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노력은 더더욱 중요하다. 미움, 분노, 원망의 마음을 일으키면 결국 상대의 의도대로 말려들고 말테니까.
물론 잘못된 심판과 제도의 문제를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대한 쿨하게 접근해야 한다. 판정은 쉽게 번복되기 어렵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질 때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게 된다. 잘못된 판정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을 넘어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겠다는 더 큰 뜻도 담겨 있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질 때 우리는 상처를 덜 받게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붓다의 이 소중한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왔는데 김연아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필자에겐 금메달보다 더 소중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미움, 분노, 원망 따위의 마음은 갖지 말자. 굳건히 다짐하면서 4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는 얄팍한 애국심에 사로잡혀 편파 판정을 하지 않을지 은근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