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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무더위 휴식시간제’ 실효 거두려면

보도일자 2014-07-22

보도기관 건설경제

요즈음 마른 장마에 폭염이 기승이다. 기상청은 하루 최고 기온이 33℃를 웃도는 상태가 2일 이상 지속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 이상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건설생산은 옥외에서 이루어져 건설근로자는 기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폭염은 건설근로자의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넘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30℃의 더위라도 보호구와 안전장구를 착용한 근로자가 작업 중 느끼는 체감온도는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무더위로 인해 우리 몸의 체온조절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 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무더위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킨다. 또한 무더위는 탈수를 유발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고, 자율신경의 체온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열사병 등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그 외에도 일사병, 두통, 오심, 구토, 근육경련, 피로감, 발이나 발목 부음, 일시적 의식 불명 등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위험성은 산재로 이어지기 쉬운데 건설업의 산재 통계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실제 건설업 재해자 수와 건설업 취업자 수 통계를 비교 분석해 보면 7월과 8월 혹서기의 산재 발생이 연간 평균치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2012년 연간 총 재해자 수는 2만3439명으로 월 평균 1946명인데 7월에는 2390명 그리고 8월에는 2313명으로 훨씬 많다. 혹시 취업자 수가 많아서 그런지 확인해 보니 연간 평균 취업자 수는 177만3000명이고 7월에는 178만1000명 그리고 8월에는 175만3000명으로 평균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각 월의 재해자수를 취업자 수로 나누고 100을 곱해 ‘월별 재해율’ 개념을 만들어 보면 월평균 재해율은 0.1098%인데 비해 7월에는 0.1342% 그리고 8월에는 0.1319%로 나타나 혹서기에 급증한다. 물론 월별 재해율의 급증이 폭염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7월과 8월의 가장 큰 특징이 폭염이므로 그 개연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개연성을 의식해 건설현장에서는 다양한 폭염 피해 예방대책이 동원되고 있다. 매 시간마다 2잔 이상의 물 섭취,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는 소금 섭취, 아이스팩이 부착된 얼음조끼 착용, 휴식시간 자주 갖기 등이 대표적인 노력이다. 이를 위해 제빙기, 휴게시설(그늘막 등), 샤워실, 이동식 스프링클러, 응급의료 시설 등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폭염 경보 또는 폭염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면 그러한 노력으로도 한계가 있어 아예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무더위 휴식시간제(Heat Break)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행정안전부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관계 부처와 함께 기상청이 실시하는 ‘폭염 특보제’에 맞춰 여름 중 가장 무더운 시간인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야외 작업장 등의 휴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 발주기관에서도 건설현장에서 빈발하는 폭염에 의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활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건설현장의 활동을 자제하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실제로 활용하기는 어렵단다. 정해진 공사 기간은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각종 보상이나 민원 그리고 돌발 상황의 발생 등으로 공기는 빠듯해지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무더위 휴식시간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사를 중단하자니 뒷감당이 어렵다. 발주기관에서는 공기 연장 대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여 맞추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출근시간을 앞당기거나 퇴근시간을 미룰 경우 초과근로수당이 발생할 수 있고 근로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주기관에서 노무비를 더 책정해주어야 하나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다. 결국 건설현장에 꼭 필요한 폭염 피해 예방대책으로 인식해 적극 권장하고 있는 무더위 휴식시간제의 실현 가능성을 발주기관이 스스로 가로 막고 있는 셈이다.

 무릇 어떤 대책이 원활히 시행되려면 그 대책의 시행에 필요한 여건을 먼저 조성해주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폭염에 의한 재해를 막기 위해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시행하라고 권장한다면 그 여건을 함께 갖춰주어야 한다. 그것은 시간과 돈이다. 공사 중단에 수반되는 공기와 그로 인해 유발되는 노무비다.

 특히 공공 발주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국민의 안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생산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에 종사하는 국민인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도 최대한 갖춰주어야 한다. 폭염에 의한 공사 중단을 미리 공기에 반영하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정도의 폭염은 사후적으로라도 공기를 연장하고 노무비를 계상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와 이를 바라는 발주기관의 선의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발주기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