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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디지털 시대의 생존전략

보도일자 2014-08-11

보도기관 건설경제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방금 헤어진 중학교 동창들의 저녁 모임 동영상을 카카오톡 그룹채팅으로 발송했다. 몇 분 지나서 놀랍다는 반응들이 속속 답지했다. 지난달 필자가 배워 활용한 스마트폰 경험담이다. 모임 중간에 수시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앱으로 작업하여 발송한 것이다. 지시 순서대로 사진과 동영상을 고르고 편집 스타일과 음악을 선택하여, 자동으로 동영상 파일을 만들고 발송하는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특색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 제작 앱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배워서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물론 작품 수준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유료 방식을 선택하여 제작하면 제법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서도 질적으로 우수한 동영상을 제작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언젠가 스마트폰으로 자신만의 소형 영화를 손쉽게 만드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점점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초보 이용자인 필자도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메모 기능을 활용하는가 하면, 운전 시에는 네비게이션 앱을 이용하여 목적지를 찾아 간다. 어느 책에선가 스마트폰으로 동시 통역과 번역서비스를 무료로 받는 시대가 올 것이므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지나친 말이다 쉽다가도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세계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지 스마트폰으로 현지인들과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한 세상으로의 진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영역이 점점 스마트 TV,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사실 스마트 폰의 이용을 크게 확대시킨 것도 연결과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등 SNS 기능들 때문이다. 정말로 경계가 사라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PC 보급으로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숨가쁘고 복잡해 보인다. 자연스럽게 이에 적응하는 그룹과 그렇지 못하는 그룹이 생겨났다. 요즘 세대 격차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위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구분이 그것이다. 디지털 세대는 너무 이 세계에 빠져드는 반면, 아날로그 세대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자꾸만 멀어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세대가 전부 디지털 환경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베이비부머들 중에서도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명인 사람도 있고, 유스트림 등에서 1인 방송의 선두주자로 활약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필자도 용기를 내어 지난달부터 매주 일요일 하루 8시간짜리 ‘스마트 폰 창업과정’ 강의를 듣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도구와 기법을 익힐 때마다 피곤한 몸을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이다.

 700만이 넘는 베이비부머들은 아날로그 세상에서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은 직장을 떠남과 동시에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환경을 맞고 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들에겐 당장 새로운 일자리 찾기와 외로움 극복이 요구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디지털 도구들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구촌 사람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나아가 온라인 비즈니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돈을 버는 사람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길이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날로그 세상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감성을 디지털 도구에 잘 접목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디지털 시대의 문화에 잘 적응하는가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의 시대는 시장이 주역이었지만 후자의 시대는 네트워크가 주역이다. 시장은 소유와 경쟁을 중시하는 반면, 네트워크는 공유와 협력을 더 요구한다. 많은 디지털 시대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공유와 협력의 문화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소유하기보다는 그것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함께 참여하고 체험하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이들 세대는 주택이나 부동산마저도 소유와 투자의 대상으로 보다는 빌려 쓰고 이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시장 중심의 산업시대를 거쳐온 아날로그 세대는 이러한 문화에 익숙지 않다. 내 것을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남과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여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이제 디지털 환경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안내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남과 더불어 더 많이 공유하고 나누면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