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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안전정책 발표 1년, 점검이 필요한 때다

보도일자 2015-09-10

보도기관 건설경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각계각층이 제기한 ‘안전’ 이슈를 수렴하여 ‘국가안전 대진단과 안전산업 발전방안’을 지난해 8월26일 발표하였다. 이는 정부가 ‘안전’을 국가 핵심 어젠다의 하나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와 시설물 안전관리의 기반 조성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책이 도입·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정녕 긍정적이다. 국민 일상생활 속의 위험요소를 신고·제보하는 ‘안전신문고’에 4만4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어 95% 정도가 처리·완료된 사실은 전 국민의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한 하나의 사례이다. 정부는 올 정부 예산에 안전예산을 별도로 구분하여 편성했고 안전예산의 편성 기본 원칙을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으로, ‘비상 대응’에서 ‘일상 관리’로 안전투자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는 안전예산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특정관리대상 시설이 3종 시설물로 지정되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추가된 제도 개선은 실효성 있는 시설물 안전관리 체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이다.

 정부는 안전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5대 과제 중에서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선도적 공공투자를 통한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공표하였다. 이를 위해 안전산업에 대한 투자는 안전 대진단 결과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되, 특히 학교 등의 사회·생활 기반시설물에 우선적으로 정부 투자를 집중하기로 하였다. 시설물의 안전 투자에 부족한 재정은 민간투자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우수 저장시설과 사방설비 등 방재시설에도 민간투자 방식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2015년까지 3조원의 안전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과제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시설물 안전 제고에 재정투자를 선도적으로 투자하여 민간자본을 유입시키고 이를 통해 연관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안전투자를 통한 안전산업 육성과 내수 활성화가 궁극적인 정책 목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재정투자 실적을 논하기 전에 올 추경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설물 안전에 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가, 생활 밀착형 안전 투자 항목으로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과 ‘도시철도 내진보강’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확정된 것은 안전산업육성 정책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필자는 시설물 안전에 대한 현황과 정부가 천명한 ‘선도적 공공투자와 민간투자 활용’ 정책 과제의 조기 구현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를 하나 인용하고자 한다.

 도로 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서울시 하수관로의 노후화 수준은 심각하다. 30년 이상 불량 하수관로가 전체 하수관로의 거의 절반에 달하며 해마다 끊임없이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로 함몰 취약지역 하수관로 정비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중앙정부에 긴급하게 요청하였고 중앙정부는 국비로 일부를 서울시에 지원하였다. 서울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현역 국회의원이 “서울시가 하수관로 정비사업 용도로 중앙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습니다”라고 한 말을 상기해볼 때, 서울시가 하수관로 정비사업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은 최초 사례로 이를 홍보한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만의 상황이 아니고 노후 하수관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우수한 서울시가 이러한 형편일진대 다른 지자체의 형편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에 대형 태풍이라도 상륙할 경우 도시 침수에 안전한 곳은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또한 여기에 수반되는 인명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국민안전 대진단과 안전산업 발전방안’은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의 ‘대규모 안전 점검 및 안전투자 확대 방침’과 연계된,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이다. 하지만 당초 정책 목표와 대비한 추진 상황과 평가에 대해선 단 한 줄의 언급도 언론매체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안전 관련 투자 확대방안을 수립하고 이와 연계한 내수활성화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얼마나 있었으며 공공 부문의 안전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하여 도모한 안전산업 성장은 얼마나 달성되었는가?” 이와 함께 “재정 투자에 따른 시설물의 안전도는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

 숙제를 받은 부서는 소극적이고 숙제 담당부서로 지명되지 않은 주요 부서는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필자만 받은 것일까? 또 ‘국민안전 대진단과 안전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숙제 검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필자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