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도급제도는 지역중소건설업체의 ‘트로이 목마’
보도일자 2016-09-08
보도기관 건설경제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고 한다. 제도의 취지와 운영실태가 다른 경우도 많다. 건설산업에서 이론과 현실의 간격이 크고, 취지와 운영실태가 다른 대표적인 제도가 공동도급제도일 것이다. 지금 공동도급제도는 사실상 지역중소건설업체에게 ‘트로이 목마’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83년에 도입된 공동도급제도는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수주기회를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사수행능력을 보완하거나 기술을 이전한다는 목적이 컸다.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단지 수주만을 위한 목적으로, 혹은 지역중소건설업체가 시공 참여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보니 개선대책도 공동도급 참여업체 수나 지분율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시공참여를 도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2012년에 발표된 감사원의 ‘공동도급제도 운용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공동도급제도는 지역중소건설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는커녕 막대한 손실을 전가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공사 대부분이 적정공사비가 책정되지 못했고, 저가 낙찰로 인해 수익은커녕 손실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동도급에 참여한 업체들이 지분별로 손실을 분담할 경우, 영세한 지역중소건설업체들은 단 1건의 공동도급으로 인한 손실만 떠안아도 회사의 생사를 좌우하는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공사에서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손실 분담은 더욱 문제가 크다. 제도의 취지 자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마다 지역업체 보호육성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의 실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지역의무공동도급 공사에서만큼은 참여한 지역업체의 손실 분담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했으면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의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을 잘 따져보지 않고 공동도급에 참여한 지역중소건설업체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도급시 입찰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대표사다. 공공공사 입찰에서 대표사가 얼마를 써낼지, 낙찰률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중소건설업체가 사전에 손실 여부를 계량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난 6년간 토목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공공토목 중심의 지역중소건설업체로서는 대기업과의 공동도급을 통한 수주기회 확보는 불가피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건설업 등록업종을 구분한 뒤, 종합건설업체 간 하도급은 허용하지 않는다. 연간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건설업체와 수억원도 안 되는 지역중소건설업체간 협력은 공동도급만 가능하고, 하도급은 받을 수 없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건설업체는 원도급자,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자’라는 생산체계는 최근 들어 예외적인 제도의 확대로 인하여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다. 종합건설업체가 주계약자를 맡지만, 전문건설업체와 공동도급을 하는 제도다. 전문건설업체로서는 종합건설업체의 원도급 시장 잠식이란 혜택이 있지만, 종합건설업체로서는 공동도급시장을 전문건설업체에게 뺏기는 셈이다. 전기/통신공사에 이어 기계설비나 소방공사 같은 전문공사 분리발주제도 또한 종합건설업체의 원도급 시장을 잠식하는 제도다. 공종별 분리발주제도에서는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가 원도급자의 지위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복합공사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전문건설업체가 원도급자가 될 수 있는 예외 조치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건설업체의 공동도급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 종합과 전문이란 이원적인 등록제도에 기반한 공동도급과 하도급 구조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의 공동도급제도와 운용실태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에는 종합과 전문이라는 이원적인 건설업 등록제도가 없다. 최근 SOC투자 확대 등 공공공사 물량의 증대, 적정공사비 확보와 낙찰률 상승에 힘입어 일본의 공동도급제도는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공동도급 참여업체 수를 2〜3개사 내외로 제한하고, 최소지분율을 20% 이상으로 규정하여 실질적인 시공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공동기업체 운용준칙 외에 별다른 정부개입이 없다지만, 대표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수주 이후의 분야별 운영위원회를 주도하고, 협업을 통한 기술력 이전도 하고 있다. 대표사건 참여사건 간에 평판(=신뢰)을 중시하는 문화도 공동도급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공동도급제도의 정상화는 공사물량 증대 외에 입찰제도 개선과 건설업계의 상생협력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도 지역중소건설업체의 ‘트로이 목마’로 전락한 공동도급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1983년에 도입된 공동도급제도는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수주기회를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사수행능력을 보완하거나 기술을 이전한다는 목적이 컸다.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단지 수주만을 위한 목적으로, 혹은 지역중소건설업체가 시공 참여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보니 개선대책도 공동도급 참여업체 수나 지분율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시공참여를 도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2012년에 발표된 감사원의 ‘공동도급제도 운용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공동도급제도는 지역중소건설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는커녕 막대한 손실을 전가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공사 대부분이 적정공사비가 책정되지 못했고, 저가 낙찰로 인해 수익은커녕 손실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동도급에 참여한 업체들이 지분별로 손실을 분담할 경우, 영세한 지역중소건설업체들은 단 1건의 공동도급으로 인한 손실만 떠안아도 회사의 생사를 좌우하는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공사에서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손실 분담은 더욱 문제가 크다. 제도의 취지 자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마다 지역업체 보호육성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의 실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지역의무공동도급 공사에서만큼은 참여한 지역업체의 손실 분담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했으면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의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을 잘 따져보지 않고 공동도급에 참여한 지역중소건설업체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도급시 입찰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대표사다. 공공공사 입찰에서 대표사가 얼마를 써낼지, 낙찰률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중소건설업체가 사전에 손실 여부를 계량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난 6년간 토목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공공토목 중심의 지역중소건설업체로서는 대기업과의 공동도급을 통한 수주기회 확보는 불가피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건설업 등록업종을 구분한 뒤, 종합건설업체 간 하도급은 허용하지 않는다. 연간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건설업체와 수억원도 안 되는 지역중소건설업체간 협력은 공동도급만 가능하고, 하도급은 받을 수 없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건설업체는 원도급자,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자’라는 생산체계는 최근 들어 예외적인 제도의 확대로 인하여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다. 종합건설업체가 주계약자를 맡지만, 전문건설업체와 공동도급을 하는 제도다. 전문건설업체로서는 종합건설업체의 원도급 시장 잠식이란 혜택이 있지만, 종합건설업체로서는 공동도급시장을 전문건설업체에게 뺏기는 셈이다. 전기/통신공사에 이어 기계설비나 소방공사 같은 전문공사 분리발주제도 또한 종합건설업체의 원도급 시장을 잠식하는 제도다. 공종별 분리발주제도에서는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가 원도급자의 지위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복합공사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전문건설업체가 원도급자가 될 수 있는 예외 조치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건설업체의 공동도급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 종합과 전문이란 이원적인 등록제도에 기반한 공동도급과 하도급 구조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의 공동도급제도와 운용실태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에는 종합과 전문이라는 이원적인 건설업 등록제도가 없다. 최근 SOC투자 확대 등 공공공사 물량의 증대, 적정공사비 확보와 낙찰률 상승에 힘입어 일본의 공동도급제도는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공동도급 참여업체 수를 2〜3개사 내외로 제한하고, 최소지분율을 20% 이상으로 규정하여 실질적인 시공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공동기업체 운용준칙 외에 별다른 정부개입이 없다지만, 대표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수주 이후의 분야별 운영위원회를 주도하고, 협업을 통한 기술력 이전도 하고 있다. 대표사건 참여사건 간에 평판(=신뢰)을 중시하는 문화도 공동도급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공동도급제도의 정상화는 공사물량 증대 외에 입찰제도 개선과 건설업계의 상생협력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도 지역중소건설업체의 ‘트로이 목마’로 전락한 공동도급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