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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EZZ바닷모래 안정적 공급 필요

보도일자 2017-03-27

보도기관 동아일보

최근 어민들의 반대로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건설업계가 심각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그동안 남해 EEZ에서 공급되는 바닷모래는 연간 1,200만㎥ 규모로서, 부산·경남지역에서 소비되는 모래의 60% 이상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최근 해양수산부에서는 금년도 바닷모래의 공급량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앞으로 국책사업용으로 한정하여 바닷모래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하여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최근 부산·경남지역의 골재 가격은 2배 가까이 폭등하였고, 건설업계에서는 수 천억원의 건설공사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더구나 부산·경남지역은 최근 2년간 주택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의 결정대로 향후 바닷모래가 민간공사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아파트 입주 지연 등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격의 추가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레미콘공장에서는 궁여지책으로 풍화된 마사토(磨沙土)나 터파기 토사, 석분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부실공사의 우려까지 높아진다.
어민들은 왜 바닷모래를 쓰냐고 항변한다. 다른 골재원을 놔두고 바닷모래를 쓰는 것은 환경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하천이나 산림, 바닷모래 등 어떠한 골재자원도 어느 정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전라남도 신안이나 진도 연안에서 채취된 바닷모래가 부산·경남지역에 널리 공급된 바 있다. 그러나 양식장 등 환경 피해를 고려하여 중단되었고, 차선책으로 연안에서 50km 이상 이격되어 환경 훼손이 덜하고 민원 요소가 낮은 EEZ의 바닷모래를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바닷모래를 널리 사용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공급되는 골재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천골재는 거의 바닥이 났고, 육상골재의 개발도 녹록치 않다. 경기도 여주에 야적된 4대강 준설모래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15톤 트럭 2백만대에 달하는 모래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400km 가까이 운반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설사 공급하더라도 1-2년 수요를 충당하는데 그친다. 폐콘크리트 재생골재는 공급량도 적고, 레미콘용으로 적합치 않은 사례가 많다. 골재를 수입(輸入)하는 방안도 제시되나, 안정적인 공급원이 될 수 없다.
석산에서 공급되는 쇄석골재가 유일한 대안인데, 이 역시 대규모의 산림을 훼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채취제한구역 등 행정 규제도 심하고, 석산 인근 주민의 민원도 심각하다. 또, 공급량을 크게 확대하려면 여러 개의 채석단지가 필요한데, 신규 석산의 인·허가에 수 년이 소요되며, 적지(適地)를 찾기도 쉽지 않다.
외국 사례를 보면, 일본에서는 연간 2천만톤 규모의 바닷모래가 채취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모래 소비량의 10% 수준이다. 바닷모래는 보통 해안에서 수 km 벗어나 채취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영국에서 연간 2천만톤의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모래 공급량의 20% 수준이다.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도 바닷모래를 사용하고 있다.
남해 지역의 어민들은 EEZ에서 과도한 모래 채취로 산란장이 훼손되고 어장이 황폐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연구기관의 환경영향평가결과 등을 살펴보면, 남해 EEZ의 바닷모래 채취와 어민들이 주장하는 환경 피해는 대부분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채취 광구면적도 전체 EEZ 면적의 0.002%에 불과하며, 더구나 광구 단위로 휴식년제를 실시하여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부연하지만, 골재는 건설현장의 필수 재료이다. 특히 영남권의 경우, 남해 EEZ의 바닷모래 공급이 중단되면, 단기적으로 이를 대체할 골재원이 없다. 따라서 부실공사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려면, 국토부의 ‘중장기 골재수급계획’에서 정한 바와 같이 남해 EEZ에서 연간 1,000만㎥ 이상의 바닷모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끝으로 매년 반복되는 바닷모래 채취 논란에 대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에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일 것이 아니라, 환경 피해가 인정된다면 실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적정한 보상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위 보상비만을 노리는 ‘떼법’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채취단지의 운영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되, 이해당사자간 소통을 위해서는 한국골재협회 등 사업자단체가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산림청, 지자체에서는 대규모 채석단지 등 대체 골재원의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