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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 생태계 바꿔야 ''스마트 도시'' 열린다

보도일자 2017-05-30

보도기관 이데일리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도 첨단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하드웨어인 시설물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변하고 있다. ‘혁명’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술도 새로울게 없고, 건설산업의 구조나 발주제도 역시 달라진게 없다고 한다. 건설산업의 어떤 측면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렇다고 상반된 두가지 평가 모두가 옳다거나 모두 틀리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방향으로 건설산업의 미래를 열어 갈 것인지를 예측해 보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상품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 건설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건축 및 인프라 시설의 융합에 기반한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인프라의 통합적 관리가 현실화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기존 인프라 시설의 지능화와 첨단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노후 인프라 시설은 단순한 성능보강 차원을 넘어서 융합과 통합이 가능한 새로운 인프라 시설로 재탄생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건설수요가 창출될 것이고 건설시장도 크게 확장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건설업체 내부의 기능과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시공부문 보다 설계,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업관리 부문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기획과 설계단계에서부터 발주자-설계자-시공자가 함께 모여 가상(cyber) 공간에서 미리 시공해 봄으로써 향후 실제(Physical)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할 수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을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요하다. 이미 건설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시공 이전 단계(pre-con) 서비스’나 ‘건축물 정보 모델링(BIM)’은 건설사업의 수행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BIM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프로세스, 다른 문화가 필요하다. 건설사업의 모든 참여자들이 시공 이전의 설계단계부터 협력해야 실제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오류를 줄이고, 공사기간을 단축하며, 품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클라우스 슈밥의 지적처럼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에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 측면에서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스마트도시 건설, 인프라 수준의 질적 고도화, 통합적 도시 및 인프라 관리시스템 운영, 3D 프린팅이나 BIM 활용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4차 산업혁명은 속도 면에서 여전히 다른 산업보다 느리다. 특히 법·제도에 기반한 공공부문의 변화는 더 느리다. 파편화된 수십개의 건설업종은 제각각 업종별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융합과 통합을 가로막기도 한다. 건설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별로 새로울게 없다는 인식은 속도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건설산업의 빠른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많다. 시장진입부터 생산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규제를 개혁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분업과 전문화’라는 산업화 초창기 시대의 논리에 기초하여 잡다하게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는 수십개의 건설업종도 ‘융합과 통합’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대거 통폐합해야 한다. 과도한 정부규제와 파편화된 건설산업 구조에서는 진정한 상생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동도급이건 하도급이건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정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제도적 협력은 ‘가짜’ 상생협력일 뿐이다. 또한 정부조달제도는 새로운 기술을 대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발주방식도 건설사업 참여자간의 자발적인 협력에 기초하여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통합발주를 확대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재도약은 4차 산업혁명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활용, 건설업역 구조의 개편, 생산체계와 발주방식 개선, 협력적 건설문화 구축과 같은 광범위한 건설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획기적인 건설규제 개혁부터 시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