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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신건설산업정책, ''투 트랙(Two Track)''으로 하자

보도일자 2018-01-10

보도기관 건설경제

만병통치약은 없다. 누구나 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만병통치약을 찾아 헤매는 사람을 본다. 절박한 환자일수록 그렇다. 정책의 영역에서도 그런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얽히고설킨 복합적인 문제를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고, 한두 가지만 콕 집어내서 이것만 하면 해결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두 가지 대책만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거의 없다. 문제의 복합성을 감안한 다차원적이고 다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정책이 그렇고 건설산업정책도 그렇다. 또한 건설산업정책의 세부 영역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새해 공기업의 공공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2조원 더 확대해 주기로 했다. 당초 17.7조원이었던 새해 SOC예산안을 1조 3천억원 더 증액시킨 것과 합하면 사실상 새해 SOC예산은 3조 3천억원 증액된 셈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이유를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설투자 추이를 형태별로 구분해 보면, 2014년 1월 이후 ‘건물건설’ 투자 증가율은 10%를 넘을 정도로 호황이었던 반면 ‘토목건설’ 투자는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뭉뚱그려서 ‘건설투자’ 증가율만 보면 2014년 이후 건설산업이 호황이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건물과 토목’으로 건설투자를 구분해 보면 토목건설 경기는 한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토목투자는 작년까지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니 토목공사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이 어려운 것이다. 건축시장과 토목시장, 민간시장과 공공시장이 다른 만큼 정부의 정책도 달라야 한다. 과열된 민간 건축시장은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침체된 공공 토목시장은 적절한 부양책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것이 건설산업정책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운용하는 방안이다.

공공 토목시장도 노후 인프라와 신규 인프라 시장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 예산편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은 노후 인프라 시장이다. 특히 국민생활의 안전이나 삶의 질 개선, 지진과 같은 재해·재난 방지를 위해서는 노후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허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대규모 신규 인프라 사업의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 다만 신규 인프라 사업은 사업 발굴, 기획, 타당성조사 등 거쳐야 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당장 건설투자 증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건설업계는 시공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엔지니어링업체도 있다. 작년부터 시공업체의 수주실적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시공 이전 단계의 업무를 담당하는 설계·엔지니어링업체들은 이미 그 이전부터 수주감소의 충격을 겪고 있다. 당장 착공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신규 인프라 사업의 지속적인 발굴과 기획, 타당성조사가 이루어져야 설계·엔지니어링업체가 생존할 수 있다. 원래 건설산업은 경기의 진폭이 큰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은 산업정책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항상 노후 인프라와 신규 인프라, 설계·엔지니어링업체와 시공업체,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시장을 구분해서 보고,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고, 규제와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줄여줘야 한다.

도시재생정책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68곳은 사업유형별로 골고루, 지역간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되어 있고, 사업규모도 유사한 수준으로 안배되어 있다. 노후 주거지 정비 및 구도심 활력 거점을 조성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을 소규모 사업에만 투자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도시재생사업에서 핵심적인 한 축은 ‘도시경쟁력 제고’다. 노후 주거지 개선이나 그만그만한 ‘마을 가꾸기’ 수준의 도시재생사업도 필요하다. 동시에 차별화된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정책도 여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정책의 대상인 중소기업은 전문건설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합건설업체도 약 98%가 중소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 종합건설업체는 종종 중소기업정책의 사각지대가 되어 왔다. 공정경제 확립 차원에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의 하도급질서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동시에 종합건설업체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동도급도 살펴봐야 한다. 중소기업정책만이 아니라 대기업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규제강화가 필요한 영역이 있는가 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건설업체(E&C Company)가 창출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소득주도 성장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성장 정책도 있다. 이처럼 정부의 경제정책도 투 트랙이다. 새해를 맞아 특정 부문이나 특정 집단에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차원에서 산업 전체의 발전을 아우를 수 있는 투 트랙으로 新건설산업정책을 수립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