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건설산업을 바꾼다

보도일자 2018-02-12

보도기관 건설경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건설산업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기반의 신규 창업기업(Start-Ups)이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산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성장속도도 무섭다. 스타드업으로서 창업 10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조원 넘는 비상장 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4년에 45개였던 것이 2016년에는 174개, 2017년 9월에는 215개로 늘었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기존의 산업과 업역간 경계를 허물거나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성장한다.

건설산업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에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는 1,000개 이상의 건설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2011∼2017년 초까지 약 10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1,000여개에 달하는 건설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시공단계에 적용되는 도구와 솔루션을 개발하여 전사 자원관리 시스템(ERP)과 연결시키고 있었다. 약 200개사 정도가 설계나 시공 이전, 운영 및 유지관리 단계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건설스타트업들은 건설업체보다 기계나 장비 제조업체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많았다. 건설기계나 장비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교체 주기 등에 대한 예측적 분석을 시행하거나, 드론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각종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나 가상 및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기계·장비 제조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들어 건설산업에 모바일과 클라우드 기술, 인공지능(AI)과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CAD기술 관련 스타트업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CB인사이트가 2017년 7월에 선정한 미국의 100대 건설 스타트업 중에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도 2개가 있다. 하나는 건설소프트웨어업체인 프로코어(Procore Technologies)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창업한 지 2년만에 25대 집합주택(multi-family house) 전문 건설업체로 성장한 카테라(Katerra)다. 카테라는 기술, 제조, 부동산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있던 세사람이 창업했다. 이들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업에서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의 네트워크나 생산체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복잡한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테라의 기업가치를 25억달러로 평가했다. 올해 1월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8억 6,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Prefabrication)을 활용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건축자재 공장을 4∼5개 더 지을 계획이기 때문에 투자유치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거액을 투자할만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건설산업을 바꾸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카테라는 미국에서도 유일하게 가치사슬의 수직적 통합을 달성한 기업으로 자부하고 있다. 기존의 건설사업은 ‘사업 기획 및 계획→설계→자재구매→시공’ 순으로 이루어졌다. 카테라는 SAP에서 제공하는 솔루션과 첨단 ICT기술을 활용하여 ‘설계→자재납품→현장조립’으로 단순화시킨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에 첨단 제조시설을 갖춘 건축자재 공장을 운영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 건축주에게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설계 및 관련 비용을 제안하고, 건축주가 설계안을 선택하면 공장에서 주택 자재를 생산, 조립하여 현장에 즉시 공급해준다. 그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실현했고, 월등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 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이 안고 있는 설계의 획일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명 건축가와 협업체계를 갖추고, 고객 맞춤형으로 설계를 차별화한 것도 눈에 띠는 점이다. 카테라의 비즈니스모델은 부분적으로는 경쟁자가 있겠지만, 통합된 전체 프로세스에서 경쟁자는 아직 없다고 한다. 첨단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 솔루션 활용,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전체 건설생산 과정의 수직적 통합,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 활용, 고객 맞춤형 설계 등은 카테라가 ‘건설기술기업(Constructech)’으로서 건설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우리 건설산업에서도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현재의 규제나 제도 틀 속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건축설계와 시공은 엄연히 구분된 별개의 칸막이 업역이다. 가치사슬의 수직적 통합도 칸막이식 업역규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의 활용은 너무 저조하다. 일부 건설업종의 등록기준은 스타트업이 탄생하기에 너무 높다. 하도급을 비롯한 건설생산방식에 대한 규제는 너무 많고 불합리하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있어도 우리처럼 파편화된 산업구조에서는 연결과 통합을 이룰 수가 없다. 입찰제도의 맹점을 이용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는 많지만, 혁신적인 기술로 건설산업을 바꾸겠다는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술을 보고 투자하는 펀드도 취약하다. 한마디로 창업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 이전에 혁신적인 건설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창업 생태계부터 먼저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