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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생활SOC 투자, 기존 인프라 정비가 바람직

보도일자 2018-08-10

보도기관 건설경제

이번주 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생활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크게 화제다. 문 대통령은 도서관,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밀착형 생활SOC라는 구체적 용어를 제시하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년도 SOC 예산 추가 감축방향을 재검토하겠다는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과 연계하여 정부의 SOC 예산이 내년 이후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련 부처도 대통령의 생활 SOC 투자 주문에 대한 예산 확 충 시동에 잰걸음을 보일 태세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생활 SOC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생활인프라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의 수요가 넘치는 지방의료원을 대폭 확충하는 계획의 실행속도를 높이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쳐 도서관·체육시설·공연시설 등의 예산 지원 규모와 적정 지역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활 SOC라는 어휘가 생소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생활 인프라’는 지난 2013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사용했던 용어다. 생활 인프라는 국민들이 먹고, 자고, 쉬고,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로 정의했다. 주택,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의 생활밀착형 시설과 해당 지역의 생산지원 인프라(도로·철도·전기시설·통신시설)를 포함한다.


EU와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국가에서 공공 인프라는 경제 인프라(Economic Infrastructure)와 사회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로 크게 분류된다. 교통시설, 전기·가스·상하수도 등의 공급시설, 통신 등의 시설이 경제 인프라에 속한다. 사회 인프라는 교육, 보건, 공공서비스(사회복지시설, 공원 등) 등을 제공하는 공공시설로 정의된다. 뉴질랜드는 교통·상하수도·가스·체육시설·교정시설 등을 포괄한다. 경제 인프라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없으나, 사회 인프라는 국가마다 자기 실정에 맞게 정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신설 및 정비가 반드시 필요한 전국 단위의 인프라 수요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서울을 뺀 15개 지역(세종·충남을 한 지역으로 봄)에서 신규 인프라 사업 781개(사업비 422조원), 노후 인프라 사업 463개(20조원) 등 총1244개, 442조원 규모의 지역별 핵심 프로젝트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문화·관광·체육·주거·교육·복지·환경 시설이 지역밀착형 생활 SOC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약 700개 사업에 약 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서 조사·진단을 통한 예산 산정이 중요한 노후 인프라 성격의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미정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생활 SOC는 국가마다 다소 상이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지역 주민의 생활과 가깝고 밀접한 기반시설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지역 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전국 8574명의 국민이 응답한 건설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프라가 지역 경쟁력보다 주민의 생활과 삶의 질에 더욱 밀접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인프라의 중요도에 비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성능과 안전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됐다. 우리 국민은 생활 SOC의 성능 개선과 안전도 향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생활 SOC의 현주소를 살짝 엿보자. 서울시 지하철1~4호선은 우리나라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이 945달러였던 1970년대 설계기준으로 건설되었다. 내구연한이 지난 철도 전기·통신설비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학교와 공공건축물 내진보강률은 각각 23%와 17%에 불과하다. 특히, 지자체는 내진보강 소요예산의 약7%만 확보하여 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용연수 30년 이상의 노후 하수관로가 서울시 하수관로의 절반을 차지하였고, 도로 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전광역시의 상수도 경년관 비중은 30%가 넘었다. 제주도는 누수율은 41%가 된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약 1만 2천여개소의 농업용 저수지 10곳 중 7곳이 지어진 지 50년이 넘었다.


생활 SOC 투자는 양적 확충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성능성·사용성을 보장하는 시설의 질적 향상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생활 SOC의 조사 및 진단을 통해 신설을 통한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성능개선·개축 등에 대한 최적 대안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정부는 2003년부터 신설, 성능개선, 개축 등 구분하지 않고 SOC 시설물 투자 계획을 통합하여 ‘사회자본정비중점계획’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재정 수요 모델을 기반으로 예산과 세제를 검토하는 정책 방향을 정했다.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도 지역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하여 최적의 투자방안을 수립해 인프라를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 계류 중인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안’의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