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이전, 일본의 공공건설투자 축소 결과는?
보도일자 2018-08-20
보도기관 건설경제
8.15 광복절을 맞이할 때면 일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본을 본받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법·제도나 경영시스템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과는 너무 다르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사회구조이면서 우리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은연 중에 일본 사례를 베끼거나 참조하고자 한다. 건설산업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정부가 한창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9년에 일본은 54년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일본 민주당은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를 정권 차원의 과제로 내세웠고 공공건설투자를 대폭 감축했다. 4대강 사업에 날을 세우던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은 그야말로 본받을만한 조치로 크게 환호했다. 이어 2010년에는 일본의 공공건설투자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일본 민주당이 대폭 공공건설투자를 줄였는데 그 결과는?
일본의 공공건설투자는 1985∼1990년간은 해마다 약 25조엔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2∼1999년간은 약 30∼35조엔대로 30∼40%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199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본의 공공건설투자는 1999년부터 10년 연속 감소하여 2008년에는 1990년대의 반토막 수준인 15조엔대로 줄었다. 왜 이렇게 줄었을까? 2000년대 들어 공공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토건족’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질타가 이어졌고,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불필요한 도로·항만·댐 등 인프라에 대거 투자했지만 국가채무만 늘렸을 뿐 경기부양 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1년에 집권했던 고이즈미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공건설투자 감축을 추진했다. 2009년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부는 2010년 예산에서 건설예산을 전년 대비 18.4%, 정점이었던 1998년 대비로는 60%나 대폭 삭감했다. 도로 25.1%, 공항 20.5%, 댐 12.2%... 이런 식이었다.
아무런 파장이 없을 리가 없다. 일본경제에서 공공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980년대에는 0.1%p 수준이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인 1991∼1998년까지는 공공건설투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경제성장 기여도가 0.3∼0.7%p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999년에 성장기여도가 –0.4%p를 기록하더니 2003년과 2004년에는 –0.6%p를 기록했다. 이후 2009년에 잠깐 0.3%p로 회복하기까지 10년간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록했다. 1990년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999년 이후 일본 경제성장률의 50% 가량을 감축된 공공건설투자가 까먹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건설투자의 급감은 건설업체간 경쟁 격화와 경영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2000∼2002년간 일본 건설업체의 도산 건수는 6,000건 이상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건설업체 수는 1999년 60만개사에서 2011년에 48만개사로 12만개나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97년 685만명이 정점이었지만 2011년에는 497만명으로 15년간 약 188만명이나 줄었다.
10년간에 걸친 일본의 공공건설투자 축소가 경제성장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건설업체 수를 12만개나, 건설업 취업자 수를 188만명이나 줄였다는 사실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장기 경기침체는 인구감소를 비롯한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일본의 공공건설투자 축소도 장기 경기침체에 한몫했던 것은 분명하다.
경제운영의 실패에는 정치적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2009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308석을 획득하면서 집권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 57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집권 39개월만인 2012년말에 자민당의 아베정부로 다시 정권이 넘어갔다. 2016년에는 유신당과 합당하여 민진당이란 이름이 되면서, 이제 일본에는 민주당이란 당명조차 남아있지 않다.
일본의 건설투자는 아베노믹스(Abenomics)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3년 이후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2011∼2012년간 42∼45조엔대에 머물러 있던 일본의 건설투자는 2013년에 51.3조엔으로 껑충 늘었다. 이후 2016년까지 계속 51∼53조엔을 기록했던 건설투자는 2017년에는 56조엔으로 늘었다. 공공건설투자도 2013∼2017년간 21.3∼23.0조엔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5년간 경제적 측면에서 아베노믹스는 비교적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고, 아베정부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8년도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57.2조엔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3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공공건설투자는 23.1조엔, 민간건설투자는 34.1조엔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우리 정부도 축소일변도였던 SOC 예산을 확대 쪽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전과 이후의 일본 사례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이명박정부가 한창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9년에 일본은 54년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일본 민주당은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를 정권 차원의 과제로 내세웠고 공공건설투자를 대폭 감축했다. 4대강 사업에 날을 세우던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은 그야말로 본받을만한 조치로 크게 환호했다. 이어 2010년에는 일본의 공공건설투자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일본 민주당이 대폭 공공건설투자를 줄였는데 그 결과는?
일본의 공공건설투자는 1985∼1990년간은 해마다 약 25조엔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2∼1999년간은 약 30∼35조엔대로 30∼40%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199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본의 공공건설투자는 1999년부터 10년 연속 감소하여 2008년에는 1990년대의 반토막 수준인 15조엔대로 줄었다. 왜 이렇게 줄었을까? 2000년대 들어 공공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토건족’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질타가 이어졌고,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불필요한 도로·항만·댐 등 인프라에 대거 투자했지만 국가채무만 늘렸을 뿐 경기부양 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1년에 집권했던 고이즈미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공건설투자 감축을 추진했다. 2009년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부는 2010년 예산에서 건설예산을 전년 대비 18.4%, 정점이었던 1998년 대비로는 60%나 대폭 삭감했다. 도로 25.1%, 공항 20.5%, 댐 12.2%... 이런 식이었다.
아무런 파장이 없을 리가 없다. 일본경제에서 공공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980년대에는 0.1%p 수준이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인 1991∼1998년까지는 공공건설투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경제성장 기여도가 0.3∼0.7%p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999년에 성장기여도가 –0.4%p를 기록하더니 2003년과 2004년에는 –0.6%p를 기록했다. 이후 2009년에 잠깐 0.3%p로 회복하기까지 10년간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록했다. 1990년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999년 이후 일본 경제성장률의 50% 가량을 감축된 공공건설투자가 까먹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건설투자의 급감은 건설업체간 경쟁 격화와 경영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2000∼2002년간 일본 건설업체의 도산 건수는 6,000건 이상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건설업체 수는 1999년 60만개사에서 2011년에 48만개사로 12만개나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97년 685만명이 정점이었지만 2011년에는 497만명으로 15년간 약 188만명이나 줄었다.
10년간에 걸친 일본의 공공건설투자 축소가 경제성장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건설업체 수를 12만개나, 건설업 취업자 수를 188만명이나 줄였다는 사실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장기 경기침체는 인구감소를 비롯한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일본의 공공건설투자 축소도 장기 경기침체에 한몫했던 것은 분명하다.
경제운영의 실패에는 정치적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2009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308석을 획득하면서 집권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 57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집권 39개월만인 2012년말에 자민당의 아베정부로 다시 정권이 넘어갔다. 2016년에는 유신당과 합당하여 민진당이란 이름이 되면서, 이제 일본에는 민주당이란 당명조차 남아있지 않다.
일본의 건설투자는 아베노믹스(Abenomics)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3년 이후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2011∼2012년간 42∼45조엔대에 머물러 있던 일본의 건설투자는 2013년에 51.3조엔으로 껑충 늘었다. 이후 2016년까지 계속 51∼53조엔을 기록했던 건설투자는 2017년에는 56조엔으로 늘었다. 공공건설투자도 2013∼2017년간 21.3∼23.0조엔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5년간 경제적 측면에서 아베노믹스는 비교적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고, 아베정부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8년도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57.2조엔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3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공공건설투자는 23.1조엔, 민간건설투자는 34.1조엔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우리 정부도 축소일변도였던 SOC 예산을 확대 쪽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전과 이후의 일본 사례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