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부동산 억제책의 한계

보도일자 2002-11-15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하던 주택건설이 최근 들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건설 수주로 보면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7%나 증가했으나 올 하반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9%나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주택건설이 급증한 데에는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설이 부동산경기 활성화 및 저금리에 따른 임대주택 수요의 증가로 크게 늘어난 데 주로 기인했다. 1997년에 세대기준으로 20.3%에 불과하던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설비중이 2001년 57.7%, 올 상반기에는 6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동안 급증하던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설이 부진한 상황이다. 건설교통부의 주택건설 실적에서도 8월에 전년 동월비 3.7% 줄어든데 이어 9월에도 4만7804가구로 18.5% 감소했다. 특히 다세대 건축실적은 1만9200가구에 그쳐 지난해 9월 대비 20.9%나 줄어들어 올 하반기 이후 20% 이상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다세대·다가구주택이 큰 폭으로 증가, 공급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최근 서울시 의회를 통과한 다세대주택 주차장 설치요건의 강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건설경기 급격위축 우려

아파트 건설 역시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는 주택건설을 위한 대규모 택지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강력한 부동산경기 억제책으로 인한 영향도 크다. 특히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이 신규 주택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아파트 재당첨 제한 및 1가구 2주택 청약 제한 등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정책들이 포함됐다.

이 경우 올 하반기 이후 기대되던 아파트 건설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주택건설 부진은 올 하반기 이후 건설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건설경기도 건설수주 감소로 부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설경기 활성화와 부동산가격 안정이 상반된 정책적인 목표라고 가정할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어떤 한 부문을 희생하더라도 다른 중요한 정책 목표에 더욱 초점이 두어질 수는 있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는 최근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나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막대한 부작용을 감안하여 부동산 가격 억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더 두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건설경기 활성화와 부동산가격 안정이 상반된 정책목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 내에서 재화의 가격은 투기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은 일시적으로 부동산경기 과열을 억제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많다.

일시적으로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주택건설 부진과 미래의 주택공급 감소로 나타나면서 미래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기본적으로 주택의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오산가격의 상승을 유도하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가격 억제정책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택지 공급 확대 및 신도시 건설과 같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