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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산업정책 수요확대에서 공급혁신으로

보도일자 2019-03-04

보도기관 건설경제

이제는 건설산업정책도 수요 확대에서 공급 혁신으로 전환해야 할 때가 왔다.   공급 혁신은 기업가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혁신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말하는 혁신성장도 같은 맥락이다. 수요 확대에서 공급 혁신으로 건설산업정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창간 55주년을 맞은 <건설경제>에서도 건설산업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 주었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건설경기가 어려우면 주로 수요 확대에 치중했다. SOC투자 확대, 금융규제 완화 및 금리 인하 같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수단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추가적인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속도나 투자효율성도 크게 하락했다. 건설시장으로 눈을 돌려 보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규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고 수준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소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생활 SOC와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 24조원에 달하는 예타면제 SOC사업도 발표되었지만 민간부문의 위축을 보완하기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 인프라시장 진출 기회라도 열리지 않는 한, 급격한 수요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안은 공급 혁신이다. 건설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공법을 개발하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급 혁신은 수요 확대를 주창한 케인즈식 성장전략과 대비되는 슘페터식 성장전략이다. 슘페터는 초과이윤 획득을 위한 기업가의 혁신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건설산업의 공급 혁신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정책이나 제도개선 과제가 많다. 공공부문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예타면제가 이루어진 지역균형발전 사업들이 대거 발주되어도 수주할수록 손해가 커진다면 공급 혁신이 불가능하다. 초과이윤은 커녕 적자만 누적된다면, 공공건설시장은 기피시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서는 표준품셈, 표준시장단가, 입낙찰제도와 낙찰률, 간접비 지급제도 등 연관된 국가계약 법령의 총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공급 혁신의 중요한 과제다. 건축설계와 시공의 분리,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이원화된 등록제도, 과도한 하도급 규제 등으로 인하여 건설생산 프로세스는 수직적 결합도, 수평적 결합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융복합과 통합의 시대에 설계는 설계업체가, 시공은 건설업체가, 유지관리는 공기업이.... 하는 식의 칸막이 규제속에서는 글로벌 종합건설업체가 나올 수 없다. 허용된 것만 가능한 열거주의가 아니라 금지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포괄주의로 규제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과 활용도 시급한 과제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건설사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급증했다.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에 이르는 건설생산 및 관리 프로세스 전체에 걸쳐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및 새로운 솔루션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설정보모델링(BIM)도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공공부문에서 아예 의무화한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드론, 로봇, 3D 프린팅 등과 같은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현장생산을 대신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활용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공급 혁신을 통한 생산성 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다. 일본의 아이컨스트럭션(i-Construction),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DfMA)을 핵심으로 하는 싱가포르의 생산성 향상 로드맵과 같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건설산업정책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을 건설산업으로 끌어들이고 양성하는 것도 공급 혁신의 핵심적 과제다. 하지만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건설산업에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은 선진국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건설인력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같은 인력 부족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시스템 혁신으로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력과 기능인력을 대거 양성해야 한다.

결국 공급 혁신의 관건은 기업가 정신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도 약해지고 있고, 창업세대에서 2세,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혁신을 통한 성장보다는 현상유지에 안주하는 기업가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기업가 정신없이는 공급 혁신을 기대할 수 없고, 성장과 발전도 없다. 지난 55년간 건설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건설업계를 대변해 온 <건설경제>가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데도 크게 기여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