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선적 사고에서 시스템 사고로
보도일자 2020-02-25
보도기관 이데일리
우리는 인과관계를 단선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인과 결과는 한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특정한 원인 행위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바로 튀어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열심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 성적은 무조건 오른다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앉아서 공부를 하더라도 엉뚱한 책을 들고, 무의미한 문제를 푸느라 시간을 보낸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다. 특정한 원인 행위가 의도했던 결과를 도출하게 하려면 연관된 다른 요인들도 함께 작동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목표의식과 좋은 선생님, 친구, 책, 정보 등과 같은 여건이 잘 갖추어지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연관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줄 아는 것이 시스템 사고다.
정부의 정책은 항상 시스템 사고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단선적 사고로는 혼란을 가중시킬 뿐,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없다. 올해 초에 건설공사 부실공사 벌점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런 사례다. 건설공사의 품질확보와 부실방지라는 명분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그래서 부실공사 벌점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개정안에서는 특정 기업이 2년간 받은 현장별 부실벌점을 모두 합산해 벌점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2년간 받은 부실벌점을 현장 수로 나누어 산정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2년간 5개 현장에서 받은 부실벌점을 합산해 10점이라고 하자. A기업의 현장 수가 10개라면 현행 방식으로는 벌점은 1점이 된다. 반면 앞으로는 개정안에 따라 A기업의 부실벌점이 10배나 높은 10점이 된다.
얼핏보면 부실방지를 위해 건설기업이 더 노력할 것이고 그래서 부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단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이 1개 밖에 없는 기업과 건설현장이 10개인 기업, 100개인 기업의 현장 수를 감안하지 않고 부실벌점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개정안에 따라 부실벌점을 시뮬레이션해 본 A엔지니어링사는 현재 0.16점으로 평가받던 것이 8.8점으로 55배나 늘어난다고 한다. 특별히 더 부실하게 한 것도 없는데, 평가방식의 변경만으로 이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공동도급의 경우 지금까지 출자비율별로 참여 기업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던 것을 대표자에게 일괄부과해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부실공사를 한 기업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대표자만 벌점을 주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
부실벌점에 따른 불이익은 주택건설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는 부실벌점이 1점 이상이면 골조공사를 3분의 1 이상 완료해야 분양할 수 있다. 3점 이상이면 3분의 2 이상, 5점 이상이면 완료 후에, 10점 이상이면 사용검사 후에 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100개 현장에서 부실벌점 3점을 받은 주택사업자는 현재는 0.03점(3÷100)으로 평가받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보다 100배인 3점이기 때문에 골조공사의 3분의 2를 완료해야 분양할 수 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의 최근 입법예고안 중 보기 드물게 1만7000회가 넘는 조회 수에다 2000건이 넘는 반대 댓글이 달려 있다. 만약 건설공사 부실벌점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단순히 산정기준만 바꾸어서는 안 된다. 제도 자체의 형평성과 함께 공공건설, 주택건설 및 대·중·소 기업에 미치는 차별적 효과 등 연관된 제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할 때는 연관된 요소 전부를 고려한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 사고는 건설기술 정책의 영역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 영역에서 필요하다.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지나치게 단선적 사고에 입각했던 것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고 있듯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글로벌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시스템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항상 시스템 사고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단선적 사고로는 혼란을 가중시킬 뿐,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없다. 올해 초에 건설공사 부실공사 벌점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런 사례다. 건설공사의 품질확보와 부실방지라는 명분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그래서 부실공사 벌점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개정안에서는 특정 기업이 2년간 받은 현장별 부실벌점을 모두 합산해 벌점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2년간 받은 부실벌점을 현장 수로 나누어 산정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2년간 5개 현장에서 받은 부실벌점을 합산해 10점이라고 하자. A기업의 현장 수가 10개라면 현행 방식으로는 벌점은 1점이 된다. 반면 앞으로는 개정안에 따라 A기업의 부실벌점이 10배나 높은 10점이 된다.
얼핏보면 부실방지를 위해 건설기업이 더 노력할 것이고 그래서 부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단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이 1개 밖에 없는 기업과 건설현장이 10개인 기업, 100개인 기업의 현장 수를 감안하지 않고 부실벌점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개정안에 따라 부실벌점을 시뮬레이션해 본 A엔지니어링사는 현재 0.16점으로 평가받던 것이 8.8점으로 55배나 늘어난다고 한다. 특별히 더 부실하게 한 것도 없는데, 평가방식의 변경만으로 이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공동도급의 경우 지금까지 출자비율별로 참여 기업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던 것을 대표자에게 일괄부과해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부실공사를 한 기업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대표자만 벌점을 주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
부실벌점에 따른 불이익은 주택건설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는 부실벌점이 1점 이상이면 골조공사를 3분의 1 이상 완료해야 분양할 수 있다. 3점 이상이면 3분의 2 이상, 5점 이상이면 완료 후에, 10점 이상이면 사용검사 후에 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100개 현장에서 부실벌점 3점을 받은 주택사업자는 현재는 0.03점(3÷100)으로 평가받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보다 100배인 3점이기 때문에 골조공사의 3분의 2를 완료해야 분양할 수 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의 최근 입법예고안 중 보기 드물게 1만7000회가 넘는 조회 수에다 2000건이 넘는 반대 댓글이 달려 있다. 만약 건설공사 부실벌점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단순히 산정기준만 바꾸어서는 안 된다. 제도 자체의 형평성과 함께 공공건설, 주택건설 및 대·중·소 기업에 미치는 차별적 효과 등 연관된 제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할 때는 연관된 요소 전부를 고려한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 사고는 건설기술 정책의 영역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 영역에서 필요하다.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지나치게 단선적 사고에 입각했던 것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고 있듯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글로벌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시스템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