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혹시나와 역시나

보도일자 2020-07-05

보도기관 경기일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20번의 시험을 치르고도 합격하지 못하고 21번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수험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몇 가지 문제점이 떠오를 것이다. 첫째, 수험생의 잘못된 공부 방법을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는 있지만,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학습 효과가 낮은 시간 보내기 학습자를 말한다. 둘째는, 수험생이 가진 진짜 재능이 공부보다는 예ㆍ체능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본인의 의지와 목표를 위해 대학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운동선수나 영화배우, 예술가가 되어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사회를 이끄는 분들도 많지 않은가. 그러나 만약, 수험생 본인이 앞의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으며 21번째 시험에는 붙을 것이라고 강변(强辯)한다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대체로, 그 수험생은 처음부터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요인에 대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6ㆍ17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과 대전, 청주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차단하여 집값 과열을 막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에 발표한 20번의 부동산 대책과 맥을 같이하는 주택매매에 대한 규제정책으로 파악된다. 이번 정책의 발표전에 국민은, 그동안 지속된 주택매매에 대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하였기에 ‘혹시나’ 이번에는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여 서울 등 주요지역에 주택의 신규 공급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21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구입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서울살이 서민의 입에서는 ‘역시나’의 한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많은 국민이 지적했듯이, 공급을 배제한 규제 위주의 주택정책은 다른 부작용의 연결고리가 될 뿐이다.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집값에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이는 정부 주택정책의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더불어, 시장은 주택매매 규제에 내성을 갖게 되고 규제의 효력은 더욱 짧아지게 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악순환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지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실시한 1, 2차 추경액은 24조원에 이른다. 또, 약 35조 원에 이르는 3차 추경도 앞두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서울 집값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건설을 위한 토지보상금과 SOC(사회간접자본) 보상금 50조원도 올 하반기부터 시중에 풀릴 것이라 한다. 모두 109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시중으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1%대 은행 적금 금리는 물가 상승률보다 낮고, 주식투자 수익이 2천만원 이상이면 33%까지 세금을 떼가는 정부의 ‘증권ㆍ펀드 양도차익 과세 정책’에 대한 부담으로 앞으로는 주식투자도 힘들어질 것이다. 국민이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다 막아 놓은 상태에서 시중에 추가로 풀리는 109조원의 현금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말이다. 국민의 다수는 주택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며 요지에 주택을 보유하여 자산이 증식되길 원한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외면한 채 서울 등 요지에의 주택 공급을 계속 제한한다면 이는 기존 주택의 희귀(稀貴)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