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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주택공급정책,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할 시점

보도일자 2020-07-22

보도기관 건설경제

7월16일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로 주택 공급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남은 것은 공급 방식이다. 주택 공급 방식은 토지를 기준으로 4가지밖에 없다. 나대지에 공급하거나, 재개발ㆍ재건축을 하거나, 위로 더 짓거나, 저효율지를 고효율지로 만드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공급량, 빠른 공급 속도와 함께 개발이익 환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개발이익의 환수는 토지보상과 규제 완화로 발생하는 단기적 가격 상승 차단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4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짚어보자. 먼저 나대지 개발이다. 가장 많은 물량과 빠른 속도로 도심 인근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훼손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다 20일 보존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다만, 그린벨트의 실제 기능보다는 우리 사회가 용어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린’이 상징하는 녹지의 기능도 ‘벨트’가 상징하는 도시의 연담화 방지와 도시 관리의 기능을 못하는 지역이 많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하여 그린벨트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향후 방향성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재개발ㆍ재건축 방식이다. 최근 5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중 70% 이상이 재개발ㆍ재건축으로 공급되었다. 서울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그러나 단기적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를 확대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다. 토지주가 민간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특성 상 물량은 줄고 속도는 느려질 것이다. 다수의 조합원이 사업을 진행하여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도 어렵다.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는 서울의 장기적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식이지만 단기적 가격 불안 우려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규제 완화 폭에 대한 고민도 크다.

셋째, 용적률을 완화하여 더 높게 지어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서울시가 2016년부터 역세권2030 청년주택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와 사업방식에 대한 제한이 많아 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적다. 더구나 용적률 상향 가능성이 땅값에 반영되면서 서울시 역세권내 토지가격은 상당히 상승하였다. 용적률 상향으로 공급을 확대시키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사업성이 나오는 땅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넷째, 저효율지를 고효율지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것은 도심에 공실이 많은 상업용 시설의 주거용 전환이나 도로부 등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이 해당된다. 용도 전환 활성화의 핵심은 주차장법 완화를 통한 사업성 개선이다. 과거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나타났던 도시 관리의 문제를 발생시킨 뼈아픈 경험이 있다. 공유차 사용 등 입주민을 제한하는 방식이 가능하나 주택관리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용도혼합과 입체개발은 융복합화로 이어지는 미래 공간 활용의 대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경직적 도시계획 체계 전반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하는 거대 담론으로 이어진다. 도로 등의 복합개발은 현재까지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아 공공만 가능하다. 물량도 속도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주택공급을 위한 4가지 방식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사라진 현 시점에서 수요자의 불안을 잠재울 속도도, 물량도 확보하기가 녹록치 않다. 왕도가 없을 때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활용하여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야 한다. 4가지 방식을 모두 활용해서 주택 공급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기존의 3기 신도시 사업의 속도를 내고 용적률을 올리고 분양용지를 추가 확보해서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규제를 완화하여 지속적으로 서울 내에서 양질의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신뢰를 수요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 공급 물량은 확보하되 단기 가격 상승을 차단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민간의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사적 소유권의 인정 등 법과 제도적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가 유연하고 똑똑해져야 하는 때다. 무리한 규제 완화는 단기 가격 상승과 과도한 개발이익 발생으로 이어지고, 규제를 풀지 못하면 공급 감소에 따른 수요자 불안이 지속되어 가격 앙등과 사회적 갈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은 공공 스스로가 과도한 주택 공급 규제를 지속하여 시장 압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스스로 역량을 보이면서 결자해지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