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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유보소득세 도입, 정상기업 혼란 초래

보도일자 2020-11-11

보도기관 e대한경제

최근 재정 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유보소득세’ 도입안을 보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지난 7월 22일 정부는 ‘개인 유사법인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세 도입’ 내용의 ‘2020년 세법 개정안(조세특례제한법)’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일부 부도덕한 1인 주주사가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익금을 법인에 유보하는 것 등을 방지하는 것이 개정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 입법 취지와 달리 대한건설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공인회계사회, 세무사회 등 대다수 관계기관들은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대다수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에게 애꿎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제 환경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다. 내수시장 축소 등 실물경제의 침체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 투자를 위해 마련한 재원에 ‘유보소득세’를 도입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주지하다시피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투기나 탈세 목적이 아니라 주로 신사업 진출, 경기 불확실성 및 사업 비용 상승 대비 등 사용 목적이 분명하다.

특히, 건설기업은 대다수가 중소건설사로 대기업처럼 제3자의 지분 참여가 어렵다. 실질적으로 가족 이외의 다른 주주로부터 투자받기 어렵고, 상장법인 같이 주식거래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규모 기업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으로 주택부동산 사업을 위한 토지매입, 자재구매 등으로 유보금을 통해 재투자하려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설업은 건설공사 및 주택건설사업에 예측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많고 자기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의 특성상 유보금 적립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건설업은 상법상의 주식회사 설립 요건과 달리 건설공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등록기준이라는 엄격한 법인격이 요구되어 탈세 목적의 법인 설립과는 무관하다.(법인인 종합건설사업자의 경우 자본금이 최소 3.5억원에서 최대 8.5억원이고 개인기업의 경우에는 최소 7억원에서 최대 17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건설업의 자본금은 상시적으로 실질자본금을 유지토록 규정화되어 있다. 그리고 ‘건설업체 기업진단지침’에 따라 자본금 기준의 적격 여부를 상시적으로 심사ㆍ평가하고 있어 ‘무늬만 법인(1인주주)’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업종 특성상 타 산업과 달리 비상장 건설 대기업, 중견기업까지 과세대상에 포함되어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통계포럼’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의 법인사업자는 43.6%, 전산업의 법인사업자는 9.2%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한편, 매출채권 거래가 많은 중소건설사는 이익이 발생해도 현금이 부족하여 배당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가 되면 세금을 내기위해  차입을 하거나 기업의 중요자산인 토지,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까 우려된다.

정부는 촘촘하게 계획되지 못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도외시한 정책은 건설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투자여건도 악화시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간담회(10.29)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ㆍ부채상환ㆍ고용ㆍR&D에 지출하거나 적립한 금액은 유보소득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ㆍ고용ㆍR&D 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나 입증방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와 혼란은 여전하다.

기업이 소득을 배당할 것인지 유보를 통해 미래 기업 성장에 대비할 것인지는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자원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본연의 활동보다 ‘세금 회피’ 등 비경제활동에 집중되는 것은 기업의 생산력을 저하시키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어렵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제도 살리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한번 증세를 하면 이를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1인 탈세업자를 잡기 위해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