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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오징어 게임 같은 GICC를 기대하며

보도일자 2021-11-12

보도기관 e대한경제

텔레비전만 틀면 나온다. 게임을 하는 장면이든 아니든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깔린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 불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 관한 이야기다. 듣자 하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 처음으로 세계 시청 가구 수 1억을 돌파한 콘텐츠란다. 국내 유료 가입 가구가 400만가구라고 하니 대부분이 외국 시청자인 셈이다. 이런 흥행이 가능했던 건 국적과 인종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을 통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코로나19가 초래한 심화된 불평등과 불균형의 시대 현실 반영이라고 한다.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자그마치 약 9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제작을 위해 254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니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감독이 만들고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인데 이렇게 대박이 난 게 무척 자랑스럽다. 비록 외국 자본이 투자된 콘텐츠지만 기술력은 국산이니 경쟁력이 입증된 거다. 필자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보며 또 다른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한때 연간 수주 716억달러를 기록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650억달러가 넘는 해외사업을 수주했던 우리 해외건설이 2015년 이후 연평균 수주 규모가 3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동과 플랜트 수주를 뒷받침하던 국제유가 급락과 주택 시장 중심의 국내 건설시장 성장세 등이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해외건설 수주 부진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수주 부진의 골이 더욱더 깊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2021년 V자형 반등에 성공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해외건설 수주도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할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해외건설 업계의 큰 이벤트가 열린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해외건설협회가 주관하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가 오는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온라인과 더불어 대면 방식을 혼합해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인사만 500여 명이 넘게 참석하고 28개국의 70여명의 발주처가 참여한다. GICC는 각국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를 비롯해 발주처와 1대1 상담회 그리고 고위급 양자 면담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올해가 9회째인 GICC는 매년 약 35억 달러의 수주 성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일조했다. 또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업정보와 해외 발주처와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해외건설 시장에 대한 이해를 얻는 창구 기능을 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이동 제한과 봉쇄로 수주 정보 취득과 영업 등이 어려운 다수 국내 건설기업에는 GICC가 사막을 가로지를 때 발견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사막의 오아시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오징어 게임처럼 투자 대비 거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내실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GICC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참여 가능한 다양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과 해외 유력 발주처와 실질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매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전자제품의 영역을 넘어 최첨단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된 것처럼 GICC도 해외 건설시장의 내외부 환경 요인 변화는 물론 향후 시장 동향에 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GICC는 매년 열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수주지원 모델로 정착될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는 백신 확대와 치료제 개발 가속화로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고 우리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종식에 따른 전환은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방식을 창출하는 형태일 거다. 해외건설도 다르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외건설 시장 환경과 사업수행 방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고, 과거의 전략만으로 지속 가능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가득한 GICC가 우리 해외건설의 수주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 난 GICC,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