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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해묵은 과제와 당면한 과제

보도일자 2022-02-25

보도기관 아시아투데이

우리는 살면서 여러 숙제를 맞닥뜨린다. 당장에 해야 할 것도 있고 시간을 두고 조금은 천천히 해도 될 숙제가 있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되어 가속화되고 있는 혁신의 물결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산업도 예외일 수 없어 많은 건설기업이 앞다투어 사업 수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새로운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기술의 적용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빠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기존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환경 개선도 생각만큼 빠르게 전개되기 어렵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설산업의 해묵은 과제인 ‘낮은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의 낮은 생산성만큼이나 오래되고 시급한 과제가 있다. 바로 안전이다. 지난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건설업계를 포함한 국내 경영계는 규정도 모호하고 기업의 경영을 옥죄는 법률이라며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이 시행을 전후로 시공 중이던 고층 아파트가 무너지고, 채석장에서는 토사 붕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2020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산업 사고사망자 882명 중에 전체의 절반을 넘는 458명이 건설산업에서 발생했다. 또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통계를 보면 국내 전체 산업의 사고사망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산업의 사고사망자 수는 연평균 470명 안팎을 유지하며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금보다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건설산업을 향한 부정적 시선은 더욱 뚜렷해졌다. 모든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이 기업 탓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저효율 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위험’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다. 더는 숙제를 미뤄서도 안 된다. 산업의 참여 주체 모두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기업은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며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정책 및 제도적 지원과 함께 효율적인 규제와 처벌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는 정해진 안전 규칙을 준수하고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모든 참여 주체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건설산업의 생산성 개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안전을 대가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하고 최고의 품질을 달성하는 것은 성공적인 사업도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유명 건물이나 다리도 건설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었다면 그것은 실패한 사업이다.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해묵은 과제와 당면한 과제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건설산업의 최고 가치인 안전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다. 안전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