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과정에서 맞닥뜨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긴축기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세계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던져 주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유럽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슈퍼스파이크(대폭등)'가 닥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관련 제재까지 시행된다면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의미하며 세계 경제 회복 지연 또는 둔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을 볼 때, 이것의 영향은 금융 불안과 공급망 훼손 심화 및 생산과 수출 차질 등 매우 심각한 결과에까지 이를 수 있다. 지역과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는 세계 경제 회복세 지속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최근 몇 년의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과 그에 따르는 서방 국가의 대대적인 경제 제재는 시장 불확실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해외건설 시장에 높은 국제유가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수요 기반의 가격 상승이 아니라 인위적인 공급량 조절이 현재의 높은 국제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재에 따른 극단적인 원유 공급 제한은 해외건설 시장의 안정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

해외건설 시장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 건설전문매체인 ENR의 250대 건설기업 해외 매출을 보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제유가 폭락같은 사건에 시장은 매출 감소라는 형태로 반응했다. 결국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하고 심각한 경제 제재는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침공의 결과가 어떨지, 국제사회가 가하는 러시아 경제 제재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피해를 감수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된다면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기업이 대처하기 어려운 리스크 요인이 증가할 것이다.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현재 수행 중인 사업과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