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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다핵화한 콤팩트시티, 도시 구조 변화에 밑거름되길

보도일자 2022-09-07

보도기관 e대한경제

최근 몇 년간 주택가격의 상승 속도는 임금 상승폭은 물론 물가상승률마저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라는 푸념이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닌 시기였고, 그 중에서도 연일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던 주택가격은 전 국민적 걱정거리가 됐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책 중 하나로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여러 공급정책을 내놨다. 수도권에만 100만 가구가 넘는 주택을 공급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을 실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를 쉽사리 공급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시장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와 시장의 분위기가 달랐던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수요자가 선호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주택이 부족했다는 점이 꼽힌다. 수요자는 직장 접근성뿐만 아니라 여가와 교육환경 등이 갖춰진 곳에 품질이 보장된 아파트를 갖고 싶어 한다.
반면 조건에 맞는 주택은 그 수가 한정돼있다.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다는 점도 수요를 북돋웠다. 그 결과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은 일종의 지위재(地位財)로 기능하게 됐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 상품의 선호도에 따른 가격의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면 최근 몇 년 동안 기획됐던 여러 주택공급 정책은 변죽을 울리는 데 그쳤다 할 수 있다.
이런 동상각몽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결과를 보면 한 가지 밖에 없다. 바로 '높이 짓는 것'이다. 토지가 갖는 부증(不增)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정된 땅에서 공급 면적을 늘리는 데에는 높이 짓는 것 말고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렵다.
무작정 높이 짓는 것 역시 비효율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밀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한정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발표된 8·16 대책은 변죽을 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복판으로 들어왔다.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결론은 같지만 콤팩트시티(compact city) 콘셉트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에서 밝힌 콤팩트시티는 신규 공공택지를 고밀·압축 개발함으로써 규모를 적정화 하는 것이 골자다. 주택 공급은 하되 비효율적인 도시의 팽창을 막겠다는 의지다. 급변하는 인구·가구 구조를 생각하면 올바른 방향이다. 더군다나 미래 세대의 토지 이용권도 적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여기에 택지의 입지 선정에서부터 교통 허브의 위치를 고려해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연결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금껏 신도시에서 제기됐던 입주 초기 도시 기능의 미비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에 얼마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가 집값에 큰 영향을 주는 현재 상황에서 교통 허브 중심의 개발은 적절한 방향성을 찾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우리 국토 전체가 서울이, 그 중에서도 강남이 될 수는 없다. 만들 수 있다 한들 거기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수요자가 '여기 정도면 살면서 불편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동네를 여러 군데 만드는 것이다.
이번 콤팩트시티 구상을 광범위한 지역에 적용해 그동안 서울만 바라봐왔던 주택 수요자의 눈을 분산시키되, 개별 택지의 개발 규모는 축소함으로써 미래 수도권 도시 구조 변화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