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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정비사업 활성화로 도시경쟁력 강화하자

보도일자 2024-02-07

보도기관 대한경제

최근 정비사업 현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시장 침체로 이주와 착공이 지연되는 곳, 공사 입찰에 응찰한 시공사가 없어 유찰되는 곳, 공사비 증액과 추가분담금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 등이 전국적으로 매우 많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향후 주택시장이 또다시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정비사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주택공급 감소 문제를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비사업의 가치는 크게 양질의 주택공급과 도시경쟁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주택공급에 있어 정비사업은 수요자가 선호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제 주택공급 정책은 단순히 양으로 그 목표를 논하는 시절은 지났다. 주택이 부족하다지만 미분양 주택이나 공가도 많다. 대다수 미분양 주택과 공가는 지방에 몰려있다. 반면,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와 품질의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직장과 가깝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살기를 희망한다. 유휴지가 거의 없는 대도시에서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지속가능하게 공급하는 방법은 사실상 정비사업이 유일하다.

또한, 도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고층빌딩 숲속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서울 도심은 과거에 좁고 구불구불한 길과 낡은 저층 건물로 가득한 곳이었다. 차도, 지하철도 다니기 어려웠다. 이런 곳이 수십 년에 걸친 정비사업으로 넓은 길과 고층 건물, 충분한 오픈스페이스를 갖춘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 있었다. 아울러, 노후 주거지도 정비를 통해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 만일 서울 도심이 여전히 좁은 골목길과 낡은 건물로 가득 차 있다면 지금처럼 대기업이 입지하고 핵심 인재가 살기 원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비사업 정책은 긴 안목을 가지고 설계되지도,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도 못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 정비사업은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도시계획 수립이나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왔다. 다수 주민이 사업추진을 희망하는데도 정비구역이 해제되기도 했다. 2012년에서 2020년 사이 서울시 내 683개 정비구역 중 절반이 넘는 394개 구역이 해제되었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사업도 표류했고, 주택공급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주택시장에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퍼져나갔다. 굳이 당장 무리해서 집을 살 필요가 없는 사람조차 너도나도 무리해서 집을 사기 시작하자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노후 기성시가지 개선이 지연되자 도시경쟁력도 약화되었다.

이제는 정비사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 토지주, 건설사 등 주요 참여자의 이해관계를 지혜롭게 조율하여 합심해서 나가야 한다. 정부는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토지주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재건축 부담금이나 공공기여 제도 등은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데 지장 없는 수준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토지주도 내부 분쟁을 지양하고, 합심해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도 설계변경 등 공사비 증액 사유가 있을 시 적절한 수준을 요구하는 등 사업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모든 주체의 노력을 통해 사업이 지속가능하게 추진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이러한 제도 개편을 토지주에 대한 특혜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정비사업이 활성화되어 수요자가 선호하는 곳에 원하는 품질의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도시경쟁력이 강화된다면, 그 편익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도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비사업 활성화는 국민 다수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만큼 국회에서도 초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