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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안전, 규제와 처벌 넘어 산업 생태계 혁신으로

보도일자 2025-09-04

보도기관 대한경제

최근 정부는 건설 현장 안전사고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천명하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한 엄벌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안전사고로 인한 소중한 생명 손실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는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건설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 강화에 집중하는 접근을 넘어, 보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건설산업 생태계의 특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어느 한 주체의 도덕적 해이나 관리 소홀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구조의 산물이다. 발주자에서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책임 구조가 얽혀 있으며, 공사비와 공사 기간, 기업의 투자와 안전관리 역량, 근로자의 인식과 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건설산업의 분절된 생산 체계는 주체 간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고, 사고 원인의 본질적 진단을 어렵게 한다. 더구나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제도와 문화 전반의 취약성과 맞물려 개선을 지연시키며, 결과적으로 안전 혁신을 위한 종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보지 않고 안전사고의 원인을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나 관리 소홀로만 해석하려고 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복합적 생산 체계에 참여하는 하나의 주체에만 과중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와 발주자부터 건설 종사자까지 건설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호 협력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안전은 누군가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가치다.

물론 안전관리 소홀과 규정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의 경영 환경은 극도로 위축되고, 안전한 현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채 규제와 처벌 강화만을 고집한다면 건설산업의 활력은 꺾이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정적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을 단순히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니라 산업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핵심 요인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존립과 직결된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안전을 단순한 ‘비용’이나 피해야 할 ‘규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안전한 현장이 공사 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하고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산업의 모든 참여 주체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와 실천이 맞물릴 때 건설산업은 진정한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으며, 안전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핵심 가치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산업의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 처벌 강화라는 단편적 해법은 21세기 건설산업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와 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기업은 자발적으로 장기적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체 모두가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상호 협력하는 안전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나아가 이러한 협력적 구조는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국민 신뢰와 산업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건설산업은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온몸에 흐르는 혈관과도 같은 산업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제는 규제와 처벌 중심의 낡은 프레임을 넘어, 협력적 생태계와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 문화가 정착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그 시작점은 건설산업 구조와 문화의 근본적 혁신, 즉 재탄생(Rebirth)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