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건설산업 재탄생을 위한 혁신 전략 세미나 토론 주요 내용
출판일 2025-04-02
연구원 관리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3월 18일(화)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2층 CG아트홀에서 『2025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재탄생 세미나』를 개최하고,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의 과제로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 전략을 발표했다.
※ 1부 주제 발표
- 건설산업 재탄생 제안(손태홍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 산업 중점가치 대전환(김영덕 선임연구위원)
- 산업체계 대전환(전영준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
- 건설시장·상품 대전환(나경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
□ 2부에서는 황기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정부·산업계·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 토론자
- 남영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 김영길 우미건설 사장
-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 한승헌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박수진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황기연 교수(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_좌장
먼저 건설산업연구원의 30주년을 축하드리며, 이 자리를 통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를 통해 느낀 점은,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결코 새롭지 않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과 시각에는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우미건설에 우리 김영길 사장님께서 전반적으로 우리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
김영길 사장(우미건설)
건설산업 재탄생이라는 화두는 최근 우리 건설산업이 겪고 있는 각종 어려움, 문제의 원인, 그리고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으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발표내용은 저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내용이 있고 이를 일일이 다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큰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가 느낀 몇몇 생각을 우선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째, 지난 수십 년간의 누적된 산업 내의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는 단순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만. 그동안의 해결방식은 대증적인 요법에 치우쳐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우리 산업의 문제와 실패는 늘 반복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간 건설산업의 국가 기여 및 국민 삶의 증진 기여도 매우 큽니다만, 건설산업의 다양한 현안과 실패가 이를 계속 지워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의 관점에서 산업과 제도 등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비즈니스 하기 좋은 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일하는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몇 가지의 규제 해소로 당면한 특정 사업에서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오늘 발표된 내용과 같은 고민을 우리 기업도 함께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둘째, 오늘 발표를 통해 제 개인의 공감을 넘어 이 많은 주제와 난맥상을 어떻게 산업 모두에게 알리고, 설득하고,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정부, 산업 내 개별 섹터, 언론, 학계 등에 이를 효과적으로 전파해야 하는데 워낙 내용이 방대하고 다양하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도 오늘 발표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연구원은 대상에 따른 효과적 확산 및 홍보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건설 재탄생 전략이 힘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건산연은 민간의 대표적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오늘 발표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몇 가지의 강조점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제성, 효율성 등을 강조한 정책이나 방안을 많이 제시하였다고 보는데, 금일 발표에서는 나름의 전향적인 키워드와 내용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전략의 3대 원칙을 제시하였는데 그중 첫 번째로 공정과 상생을 내세웠습니다. 그만큼 시대정신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 번째로 사람을 앞세웠습니다. 산업중점가치 대전환의 내용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즉, 산업 내 모든 종사자와 기업이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해야 건설산업이 변화할 수 있으며 우리 산업 스스로 자정해야 제도와 시장 등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동감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산업의 중점가치 대전환의 구체적인 방안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넷째, 3주제 발표의 산업체계 대전환에서는 우리가 현재 당면한 현안의 궁극적인 전환 방향을 참 잘 짚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정부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적정 공사비와 공기 문제가 매우 오래되고 반복적인 이슈일 수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고, 산업 대전환의 기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식과 부합되는 정상화 조치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이 문제는 시공단계뿐만 아니라 설계 및 용역에서도 중요한 이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업계는 이에 상응하는 성능, 품질,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부가적으로 건설기업이 당해 사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는 규제완화 역시도 업계가 갖추어야 할 산업 중점가치 측면의 기능과 역할의 회복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규제 해소를 위해 (덩어리) 규제 유형별 지도를 제작해야 한다는 내용과 영국 사례는 우리 건설 부문에서도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민간사업의 인허가 등 사업의 각종 단계에서 불필요한 규제 해소는 업계가 실무상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규제지도는 정부(지자체 포함)와 민간사업자 간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율을 위한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섯째, 이제 건설산업 재탄생 전략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먼저 화두를 던졌지만, 우리 건설산업 모두의 전략으로 승격시키고자 하는 다 함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건설 주체가 참여하고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재탄생 전략의 과제를 가다듬고 구체화하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어려운 일을 착수한 만큼 계속해서 노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한건설협회 등 유관 협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국토부 등 정부 부처 역시 건설산업 재탄생 전략에 화답하여 이러한 산업 혁신 활동이 지속될 수 있고,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김영길 사장님의 말씀처럼, 이런 방대한 담론은 효과적으로 사회에 알려져야 하며, 단순한 연구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홍보 전략, 실천방안, 규제지도의 구체화 등 모두 매우 인상 깊은 제안이었습니다. |
박수진 교수(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오늘 발표된 4개의 주제를 꼼꼼히 읽어보며 건설산업 정책연구의 깊이와 완성도에 감탄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수십 년간 최고의 정책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온 만큼, 오늘의 전략 발표도 매우 훌륭하고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정책학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건설산업이 어떻게 에너지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즉 ‘확장된 건설산업의 미래’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발표된 전략에도 ‘고부가가치 전환’이나 ‘미래 기술과의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였는데, 이는 에너지 분야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지금 에너지 분야는 전기화·전동화가 주요 흐름입니다. 전기차, 빅데이터, AI, 자동화 등 모든 기술은 전기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과거 대비 8~10배까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스몰 모듈러 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과 건설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하고 규모가 작으며, 분산 배치가 가능하여 스마트시티나 산업단지 등 다양한 공간에 통합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열 제공, 담수화, 냉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 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설계와 인프라 구축은 전적으로 건설산업의 몫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섹터 커플링(heat–power–water 통합 활용)을 통해 최종 사용자에게는 저렴한 에너지 가격을 제공하면서, 국가 차원에서는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산업은 단순 시공이 아닌, 미래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략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민간 건설사들이 미국의 뉴스케일, 홀텍 등 SMR 개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 중이나, 아직까지 공공기관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민관 협력은 다소 미흡한 실정입니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 SPC 설립 등을 통한 공동 사업화 시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민간과 공공이 함께 융합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협력 구조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앞으로 한국 건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너지·환경·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입니다. 건설산업이 기술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함께 신시장과 신상품을 공동 기획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오늘 논의된 ‘건설산업 재탄생 전략’이 기술 융합 기반의 혁신 생태계 구축과 연결되길 기대하며, 연구원과 산업계의 지속적인 역할에 응원을 보냅니다.
박수진 교수님은 건설과 에너지, 기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셨고, 스마트시티와 SMR 기술 같은 미래 인프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스마트 시티에서의 새로운 접근은 글로벌마켓에서 저희가 기회를 엿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
김한수 교수(세종대학교 건축학부)
이번 전략 보고서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정부에 요구하는 ‘민원성 전략’이 아니라, 건설산업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저는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산업의 재탄생’이라는 이 거대한 담론은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오늘 주제를 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한 단어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 단어는 다소 불경스러울 수 있지만,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재탄생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보더라도 죽음을 전제로 합니다. 현재의 상태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 다시 태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건설산업이 진정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낡은 관행과 구조에 대한 청산, 곧 ‘죽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산되어야 할 낡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미 발표자들께서 언급하신 부실공사, 안전사고, 투명성 부족, 공정성 문제 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산업 내에 남아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혹시 정부의 규제나 처벌이 부족해서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재탄생을 위해 더 강한 규제와 처벌을 요구해야만 할까요?
건설산업 혁신과 관련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대책이 반복된다, 실효성이 없다”는 피로감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낡은 것들이 청산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규제 부족이 아니라, 건설산업 내부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이를 바로잡고, 더 나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힘입니다.
우리 건설산업은 스스로 부실공사나 안전사고, 투명성·공정성 문제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외부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규제와 처벌입니다. 규제가 많다는 것은 그 산업의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입니다. 물론, 불합리한 규제나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건설산업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을 키워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필요합니다.
건설산업은 기업이 아닌 고객을 위한 산업입니다. 고객의 가치를 무시한다고 해서 산업이 곧바로 사라지진 않겠지만, 사회적 시선과 평가는 더욱 냉정질 것입니다. 회복 탄력성 확보를 위한 길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정부의 더 강력한 개입에 의존하는 길, 다른 하나는 산업 스스로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길입니다.
전자는 타율적 변화, 후자는 자율적 변화입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아실 겁니다. 공부를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아이를 아무리 학원에 보내도 성적은 오르지 않습니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는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멘토로서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행의 주체는 산업 내부여야 합니다. 건설산업은 재탄생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부, 교수, 연구원이 주도하는 개혁을 오랜 기간 시도해왔지만, 한계에 마주해 왔습니다. 이제는 외부의 힘이 아닌 내부의 동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나 제도, 발주자가 이상형이 되길 바란다면, 우리 산업 스스로가 자격을 갖춘 이상형인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실험대가 되어줄 ‘선도 기업’들이 필요합니다. 이때 선도 기업이란 대기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 규모라도 혁신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면 충분합니다. 단 몇 개의 기업이라도 ‘혁신이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재탄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그들이 ‘모난 돌’로 찍히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이 손해가 되지 않게 하고, 낡은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도록 만드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오늘 발표된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구축과 민간 주도 플랫폼 마련, 그리고 과제 실천의 지속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설산업의 재탄생은 고통을 수반한 변화이며, 죽음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죽음이 놓여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서서히 고사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 태어나기 위한 고귀한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살기 위해선 죽어야 합니다. 필사즉생. 오늘 세미나는 우리 산업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한수 교수님께서는 “재탄생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 즉 산업이 자생적 변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외부 규제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통찰은 많은 분께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입니다. 또한, 내부의 변화가 사회 전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 즉 인센티브와 장려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
이복남 교수(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최근 제 주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재탄생이라는 주제를 30주년에 맞춰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오늘 네 분 발제를 보며 제가 느낀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실행의 주체가 누구인가”였습니다. 저는 그 주체는 단연코 건설업계 전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AI에게 '한국 건설산업이 혁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답변을 주었습니다.
- 경쟁력 상실로 시장을 잃는다
- 생산성과 효율성 저하
- 안전과 품질 문제 악화
- 지속 가능성 상실
-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타 산업이 건설을 지배하게 될 위험
이 다섯 가지를 보면, 혁신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혁신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누가 주도할 것인가’입니다. 저는 오늘 주제에 있어 대한건설총단체연합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방향을 제시하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실행의 중심은 민간이어야 합니다. 또 하나, 혁신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공급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코엑스나 롯데월드처럼 민간 주도로 ‘도시 속 시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 두 사례만 해도 각각 연간 수천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일자리와 경제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투자 모델은 단순한 건설 투자가 아닌, 운영 비즈니스 중심의 투자로 이어져야 합니다. 더 이상 정부 재정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15년간 재정 총지출은 2배 늘었지만, 건설 투자 여력은 20% 줄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격차가 더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민간 자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산업이 처한 위기는 단순히 시장의 위기가 아닙니다. 산업 자체의 위기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타 산업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산업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그 변화를 강제하게 될 것입니다.
잭 웰치의 말을 빌려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변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나를 바꿀 것이다." 혁신은 배가 고플 때, 위기가 클 때 가능성이 열립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이복남 교수님께서는 위기의 본질은 시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 있다고 말씀하셨고, 민간이 시장을 만들어가는 시대에 맞춰 산업 구조도 따라가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켜 주셨습니다. 또한 “혁신은 배고플 때 성공한다”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씀도 인상 깊었습니다. |
한승헌 교수(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저는 이 자리에 오며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을 가졌습니다. 정년을 2년 앞둔 교수로서, 퇴임 후에는 더 이상 건설산업 재탄생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초대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만큼 오늘이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보고서는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건설산업의 구조, 문제 인식, 정책 방향, 해결 방법이 총망라되어 있어 그야말로 정책 백과사전이자 교과서 같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학생들에게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백화점식 정책 총서만으로는 실제 정책 형성이나 실행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제가 현재 활동 중인 한국공학한림원(NAEK)에서도 유사한 고민을 했습니다.
500페이지 분량의 정책 총서를 발간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에 따라 결국 50페이지 이내의 브리프 중심 전략서로 재구성했습니다. 핵심 의제를 ‘에너지 전환, AI 전환, 인재 양성’ 세 가지로 정리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What)’가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How)’에 집중한 전략 문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건설산업도 이제는 ‘How 중심’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건설산업 정책 거버넌스 정비입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제안한 ‘건설산업 정책위원회’ 신설 제안은 매우 적절하며 시의성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 수단을 구체화하고 산업 혁신을 장기적·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춘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국가 인프라 위원회(NIC)’, 호주는 Infrastructure Australia 법(IA법)’을 통해 국가 인프라 위원회를 운영 중입니다. 이들 기구는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민관 합동, 독립성과 실행력을 갖춘 기구입니다. 작년 말 토목학회 회장단이 호주 인프라 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그 본부는 시드니 시내 중심가 고층빌딩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부 부처가 있는 수도 캔버라가 아니라 시드니에 위치한 이유는, 정책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 위원회는 사업 우선순위 선정, 예산 편성, 사후 평가까지 매우 강력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이와 같은 형태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 AI 위원회, 국가 바이오 위원회, 국가 반도체 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건설산업도 산업의 중요성과 국민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책위원회를 입법화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건설산업의 ‘회복 탄력성’과 구조적 취약성 문제입니다. 김한수 교수님이 회복 탄력성의 부재를 지적하셨듯, 저는 또 다른 시각에서 건설산업이 현재 ‘주택산업에 포위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건설산업은 주택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의 대형 건설사는 토목과 인프라 중심이지만, 한국은 주택 비즈니스가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R&D나 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하고, 산업 전체의 장기 비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건설산업은 주택 산업과 분리된 독립적인 산업적 가치와 비전을 회복해야 하며, 두 영역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또한, 미래 먹거리로서의 에너지 산업, 미래 인프라 시장도 주목해야 합니다. 박수진 교수님이 언급하신 SMR 등 에너지 융합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주택 이외의 새로운 건설 수요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다변화 없이는 건설산업의 재탄생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건설산업의 혁신은 건설산업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혁신은 남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0.1%의 선도 기업이 99.9%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승헌 교수님은 500쪽에 이르는 전략 보고서의 방대한 내용을 정책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구조적 장치, 특히 법적 기반을 갖춘 정책 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해외 사례를 들어 우리에게 필요한 거버넌스 모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주신 점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또한, 건설산업이 주택산업에 과도하게 종속되어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짚고, 본연의 산업 정체성과 미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우 설득력 있었습니다. |
남영우 국장(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건설정책국 업무를 맡은 지 약 3개월 된 상황입니다. 이전에는 토지 분야를 담당하다 건설 분야로 옮겨오면서, 이제는 하루 24시간 ‘건설산업의 발전 방향’만을 생각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건설산업의 위기는 두 가지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 단위의 위기입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토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건설 경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4차례 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역시 지방 건설 경기 보완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내일도 부처 간 점검 회의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산업 차원의 구조적 위기입니다.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기술 개발이나 경쟁력 확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영역입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작년부터 ‘건설동행위원회’를 발족해 민관 협력 체계를 구성하고, 이미지 개선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산업의 전반적 구조 개선으로 논의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건설산업 발전 로드맵 수립을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제 자료를 보면서 크게 두 가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제자들과 정부 간 충분히 공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체계 개선을 위한 과제들이 대부분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과 부담도 동시에 느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해졌습니다. 산업체계와 관련된 제도적 숙제들은 결국 국토부가 책임지고 다른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저희 실무 부서와 함께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오늘 제시된 ‘산업의 핵심 가치’들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나 협회의 합의 없이도, 기업 스스로 선택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치 체계라는 점에서 매우 실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 토론자께서 말씀하신 ‘거버넌스 구조의 정비’ 필요성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갖춘 위원회나 추진 기구가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를 법제화하려면 국민적 공감과 명분 확보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건설기업의 입장만으로는 정치적으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순수한 의도와 국민 공감이 동반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구성과 실행 계획 수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오늘 제안된 2040년까지의 로드맵은 쉬운 과제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며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만, 보고서에서 제시된 여러 제도개선 과제들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책임을 갖고 협의와 실행을 함께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영우 국장님께서는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산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균형 있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거버넌스, 제도, 가치 실천의 동시 진행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
지금 우리 건설산업은 말 그대로 죽을 만큼 아픈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픔을 외부에 치료해달라고만 기대하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산업 내부에서 변화의 동력과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런 내부의 자성과 움직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논의를 넘어, 실제 작동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합니다.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변화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일, 그리고 SMR과 같은 신기술 수요에 날카롭게 대응하는 능력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아울러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선도 기업의 육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병행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결국, 오늘 논의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로의 전환을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건설산업의 혁신은 정부 주도의 개혁이 아닌, 산업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이 점에 대한 공감대가 깊이 있게 형성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오늘의 논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현장과 정책으로 이어지는 지속적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