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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이모작 인생

보도일자 2007-02-05

보도기관 매일경제

공직사회나 일반기업에서는 통상 연말 연초에 승진인사를 한다.
따라서 연말 연초에는 신문 인사란에도 인사발령 내용이 대량으로 실리고 우체국에는 축전 수요가, 꽃집에는 축화 화분 수요가 늘어나는 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축하무드의 뒷면에는 승진인사란에 소개되는 승진자들의 숫자만큼 소리 없이 사라지는 퇴직자들의 서러움이 있다.

혹은 미리 통보를 받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서 비교적 담담하게 보따리를 싸는 사람도 있고 혹은 갑자기 면직 통보를 받고 수십 년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쫓겨나듯 떠나는 사람도 있다.

흔히 퇴직을 하고 백수가 되면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화백''과 ''불백'' 그리고 ''마포불백''이다.

''화백''은 화려한 백수라는 뜻으로, 직장 퇴직 후 석 달 정도는 선후배들이 그 동안 노고를 위로한다는 뜻에서 밥도 사고 술도 사고 가끔 운동에 초대도 한다.

소위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것은 이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음 단계인 ''불백''은 불쌍한 백수라는 뜻인데, 퇴직과 관련된 이벤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친구들로부터 연락도 줄어들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우호적이었던 집안 식구들도 가끔 불만을 호소하고 심지어는 눈총까지 주는 단계다.

다음이 ''마포불백''으로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라는 뜻인데, 이 단계가 되면 그 동안 유일한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마누라도 사사건건 잔소리를 시작하면서 ''주적''으로 바뀌게 되어 오히려 제일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된다.

이러한 압박과 설움을 털어버리는 방법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인연이 닿아서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보수와 관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봄직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남자는 74세, 여자는 81세라고 한다.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처럼 45세에서 56세 사이에 직장에서 나오게 되면 퇴직 후에도 인생의 절반 정도를 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절반의 성공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과거의 환상을 털어내고 이모작 인생으로서 새 출발을 시작해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