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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술에 취하는 까닭

보도일자 2007-02-23

보도기관 매일경제

술을 마시면 왜 취하게 되는지에 대해 소시적부터 본인 스스로를 대상으로 삼아 부단히 실험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술이 취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 술이 취하는 정도는 마시는 양과 마시는 속도에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양을 빨리 마시면 반드시 취한다.

마시는 양이 많더라도 천천히 마시든가, 마시는 양이 적더라도 빨리 마시면 어느 정도 취한다.

마시는 양이 적고, 천천히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

둘째, 술 취하는 정도는 같이 마시는 친구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소위 술친구와 같이 마시면 반드시 취한다.

술친구는 아니더라도 말친구라도 되면 어느 정도는 취한다.

술친구도 말친구도 아니고 일친구일 경우는 웬만해서는 취하지 않는다.

셋째는 술값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사람이 계산하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마음껏 취한다.

누가 계산할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마시고 보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취한다.

자기가 계산하는 것이 확실한 경우는 취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발견한 후로는 스스로 술이 취하는 강도를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조찬 모임이 있다든가, 운동 약속이 있다든가 하면 너무 취하지 않도록 술의 양을 조절하든가, 속도를 조절하든가, 친구를 조절하든가 한다.

그것도 어려울 때에는 ''이 술값은 내가 계산하는 자리다''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한다.

이 경우 자기암시가 너무 강해서 실제로 자기가 계산하는 일은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끔 많은 술을 빨리, 술친구와 같이, 공짜로 마신 다음날, 머리는 쪼개지는 것 같이 아픈데 누구와 어디서 어떤 술을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추가로 연구를 시작한 것이 ''필름이 끊기는 이유''에 대해서다.

그런데 이 과제에 대한 연구상의 난점은실험을 하더라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무슨 연구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연구는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늘어나다가 결국엔 맨정신에도 필름이 끊기는 치매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발표되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