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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지금도 아파트에 사십니까

보도일자 2007-07-11

보도기관 헤럴드경제

젊었을 때는 사는 데 바빠서 집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나이 들어 농촌에 있는 단독주택에 살아보면서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주로 살아온 아파트라는 공간은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는 데 필요한 베이스캠프는 될 수 있어도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형태의 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되어 있다. 앉거나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있지만 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에 단독주택은 앉거나 누워서 할 수 있는 일 외에 서서 하는 일도 많다. 사람은 네 발로 기면서 생활하는 동물과 달리 두 발로 바로 서서 생활하는 직립동물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직립생활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그 생활은 반쪽 생활일 것이다.


아파트는 자연과 격리되어 있다. 단독주택은 낮에는 꽃이나 채소를 가꾸면서 자연을 가까이할 수가 있고 밤에는 마당에 내려서면 무수하게 반짝거리는 별들을 손에 닿을 듯이 가까이 볼 수도 있다. 자연과 같이 지낼 수가 있는 것이다. 500만~800만년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역사 중,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 300년 정도를 제외한 인류 역사의 100분의 99.999를 사람은 자연과 같이 지내온 것이다.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의 DNA는 8할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자연인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행복은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듯이 사람도 자연을 떠나서는 생존이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문제는 땅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무역자유화 추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농지 중 약 4000㎢는 과잉농지가 될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총 1만8760㎢이다. 이 중 생산성이 높은 농업진흥지역이 1만1650㎢(62%), 생산성이 취약한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는 7110㎢(38%)이며, 진흥지역 외의 농지를 세분하면 한계농지가 2060㎢, 일반농지가 5050㎢이다. 경사도가 15% 이상이거나 집단화 규모가 2ha 이하인 한계농지만 활용하더라도 단독주택을 건축할 수 있는 땅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을 해 보면, 한계농지 2000㎢를 활용하여 단독주택을 지을 경우 총 60조원 정도의 자금을 농촌에 공급할 수 있고, 약 200만호의 단독주택 건축이 가능하며, 약 200조원의 건설물량(호당 토목건축비용 1억원)을 확보하여 약 36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건설물량 10억원당 18명 고용)할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농어촌에 이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6%에 달하고 있다. 도시민의 절반 정도가 도시의 혼잡을 벗어나서 농촌의 단독주택에서 전원생활을 희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토면적은 좁고 인구가 많아 토지를 고밀도로 이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좁은 국토를 더 좁게 사용하도록 토지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답답한 공간을 강요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아파트도 편리한 장점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집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국민 욕구도 채워져야 한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재고주택에 대한 아파트의 비율이 1985년엔 13.5%에 불과하던 것이 10년 후인 1995년에는 37.5%로 14%포인트가 증가하고 다시 10년 후인 2005년에는 52.5%로 15%포인트가 늘어났다. 2005년 현재 전체 재고주택 1322만호 중 696만호가 아파트인 것이다. 국민의 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주거 형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