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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개발사업부담금 개선하자

보도일자 2007-12-20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지난 10월 영국 의회는 3년간 행정부가 검토해 온 이른바 새로운 ‘계획책임(planning obligations)’의 도입을 부결시켰다. ‘계획책임’은 개발사업 승인 조건으로 개발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 비용 충당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기부채납과 부담금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의회의 반대 이유의 핵심은 ‘이중부과’로 인한 헌법 위반 가능성이었다. 즉, 개발사업자가 법인세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이중부과’를 금지하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영국의 경우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조세 외에 수많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한번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축 및 개발사업은 사업단계별로 취득세, 등록세, 법인세 등 조세를 부담해야 하고, 이외에 20여개의 각종 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사업 승인의 조건으로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기부채납 부담도 상당한 규모이다. 사업단계에서 부담하는 조세, 부담금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된다. 최근 미분양 사태와 관련 과도한 분양가의 원인을 건설업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는데 이러한 제도적 원가 인상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건설 및 개발 사업과 관련된 20여개의 부담금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 그 동안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세외의 부담금이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초래함과 동시에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시킨다는 이유로 부담금은 가급적 일반 재정인 조세의 틀 속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건설 및 개발 관련 부담금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 최근  ‘기반시설부담금’과 ‘재건축부담금’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특히, ‘기반시설부담금’은 문제가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부담금 산정 기준 등 제도의 주요 내용이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조세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과 현재 설치된 기반시설의 용량이 부담금의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국과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자체의 상황에 맞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현재 설치된 기반시설의 용량을 고려하여 도심 지역에서는 기반시설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부담금의 규모도 과도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담금이 분양가의 20~30%를 차지한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가 대 부분인 현실은 새로운 개발이 기반시설의 추가 수요를 유발한다는 제도의 기본적 전제 요건이 타당하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징수된 부담금의 30~40% 정도만이 기초 지자체에 배분되어 실제 기반시설의 설치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제도의 폐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부담금의 통폐합 문제도 시급하다.  20여개에 달하는 건축 및 개발 관련 부담금을 몇 개의 유사한 성격의 부담금으로 통합하여 부담금 행정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개발이익의 환수적 성격의 부담금과 재정 충당형 성격의 부담금으로 크개 구분하여 4~5개 정도로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적 정당성과 부과실적이 없는 부담금은 과감히 폐지하고, 가능한 한 조세의 틀 속으로 유입시키는 제도적 조치는 필수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부담금 문제를 보면서 근본적으로 ‘원인자 부담’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대한 한계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국민과 기업이 납부한 조세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부담금 등의 ‘예외적 부담’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처럼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이중부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발 행정의 신뢰성과 국민의 공평부담 제고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