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참여정부 건설정책 평가와 과제

보도일자 2008-01-03

보도기관 매일건설신문

과거 한국경제의 빠른 성장은 건설산업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간접시설의 구축을 통해 고도 경제성장의 기반을 닦았고, 주택건설과 더불어 유휴인력을 고용해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 및 고용안정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해 오일쇼크로 국가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를 했고, 건설산업의 일시적인 위축으로 부담을 주기도 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의 건설시장의 규모는 10위권으로 평가되며 10대 해외건설 수출국이 됐다.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3년간의 침체기 이후에 2001년부터 건설산업은 또 다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수주실적도 꾸준히 늘고 있고, 작년 해외건설 수주도 165억달러를 기록해 건국이래 최고의 수치를 보여줬다. 문제는 물량이 중동, 아시아에 편중되어 있고 플랜트 공사가 대부분이다. 건설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70%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까지의 발전에 대해 만족하기에는 갈길이 멀다. 공사비와 공기 측면에서는 선진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에도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참여정부의 건설정책은 전반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지만, 형평성을 중시하여 발전에 역행하는 제도들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높지 못한 이유는 거래비용이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높기 ㏏?甄? 거래비용이 높은 이유는 건설산업 전반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이익집단에 의해 비효율적인 제도들 때문이다. 사회의 제도는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동인이며, 거래비용이 적은 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도란 개인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형성되고 진화한다. 비효율적인 제도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선 발주자가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 발주자는 수주자를 위한 게임의 룰을 제공하고 수주자들은 틀 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발주자들은 건설업체들의 도덕성을 높인다고 건설업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충돌하는 행위의 유인을 타인과의 공정한 경쟁하에 사회적인 편익 또한 동시에 높여가는 파레토 추구적인 행위자로 변화시키는 개선으로 유도해야 한다.

인간이 번성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효율적인 제도를 만들어 올 수 있었던 지능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가 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이유가 되지만, 기술진보의 유인을 만들어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먼저이다. 제도는 기술의 선행변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업 발전을 위한 효율적인 제도설계는 가능한 것인가?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제도의 설계 자체가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특히 매우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노출됐고, 제도개선 작업도 일년에 몇차례씩 이루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행 건설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표출되고 있으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기존 제도의 개선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우리나라의 입낙찰제도는 ‘복권당첨식 낙찰제도’니 ‘운찰제(運札制)’니 하는 비판과 함께, 로비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지나친 저가 낙찰로 인한 부실공사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입낙찰제도는 여전히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영국이나 미국에는 건설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낮은 효율적인 제도들을 건설분야에 도입했다. 토니 블레어나, 클린턴은 규제완화, 민영화, 정부재창조, 최고가치(best value) 등과 같은 제도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반대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에게 제도 개선의 성과를 전파하고 자발적인 순응을 요구했고 관철시켰다. 정책의 최고결정자를 비롯한 관료들이 경제에 대한 전문성과 확신이 있다면 비전과 방법론을 제시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은 건설 부문의 경쟁력 창출을 위해 법ㆍ제도와 기업에 존재하고 있는 높은 거래비용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하고, 국제표준(global standard)로 바꾸어야 한다. 공공공사 조달시스템은 공급자 중심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일은 특정 부처나 기업, 이익집단, 최고 정책 결정자 혼자의 힘으로 이뤄낼 수가 없다. 건설산업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건설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전환, 이미지 제고, 건설문화 선진화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