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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최저가 낙찰제 ''희생양''

보도일자 2008-04-29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정부 예산 저감을 통해 시장 경제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게 MB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정부 예산에는 경직성 경비와 사업성 경비가 있을 것이다. 건설공사비는 사업성 경비에 포함된다. 사업성 경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건설공사비다.

정부로선 당연히 예산저감 차원에서 건설공사비 저감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공사비 저감 차원이나 글로벌스탠다드 측면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품질좋은 제품을 가장 싼값에 구매하는 게 시장 경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건설공사 구매는 제품 구매가 아닌 서비스 구매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건설공사 서비스가 종료되면 고속도로나 교량 등이 완성된다.

서비스 거래시 제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당연히 서비스에 의해 생산되는 완성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이 최저가낙찰방식을 폐지했다. 시장 경제 논리로만 해석될 수 없는 게 건설공사의 특성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정부가 공사비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선택한 방식이 바로 최저가낙찰제 확대다. 서비스 품질, 즉 기술력에 의한 경쟁보다는 입찰거래를 통해 가장 낮은 입찰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거래 방식을 공사비 저감 수단으로 확대할 경우 계약자들 역시 기술력보다 거래 방식을 통해 손실을 줄이려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단계 거래시장이 형성되게 된다.
문제는 다단계 거래와 상관없이 말단에서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작업반이나 기능공은 변함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거래가 중충화될수록 손실이 힘없는 소규모 작업반과 기능공에 전가되는 게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현재 국내 최저가낙찰제도는 누군가의 손실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심각해질 우려가 많다. 다시말해 저가로 입찰한 원계약자보다는 하도급자, 하도급자보다는 작업반, 작업반보다는 기능공으로 손실이 더 크게 전가되는 게 건설현장이다. 이는 지구촌 건설현장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건설현장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로 인해 공사원가 부담이 늘고 있다. 원가부담은 최저가공사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자재 값이 오르더라도 자재는 반드시 구매, 투입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오른 값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기능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삭감하는 것이다. 현장 근로자는 낮아진 임금에 일의 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이중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인한 희생자가 더 양산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스탠다드라면 건설회사의 기술력 경쟁을 통한 낙찰자 선정 방식 또한 글로벌스탠다드다. 우리는 공사비 저감의 목표가 되는 기준가격이 없다.

매번 입찰시마다 낙찰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상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은 국가가 같이 건설공사의 완성 상품별 평균 완성가격을 결정한 후 저감 목표를 수립한다.

기술력이 배제된 최저가낙찰제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최저가낙찰제 확대 이전에 기반 환경부터 먼저 거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