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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경기부양과 SOC투자

보도일자 2008-10-29

보도기관 국민일보

미국발 금융 ''쓰나미''의 공포가 지구촌 경제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태산(泰山)이 명동(鳴動)하고 있으나, 그 단초는 실로 서일필(鼠一匹)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불과 1년 만에 글로벌 경제의 명운을 위협하는 ''괴물''로 덩치를 키운 것이다. 때늦은 반성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방임적 시장 맹신으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한들 ''시장자본주의 힘''이 소진될 리가 만무하다. 문제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요, 그 심리는 서로간 신뢰 여하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신뢰의 리더십은 정부로부터 회복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 내수 진작에 나서

금융 또는 신용 공황의 거친 물결이 실물경제로 옮아가는 흐름이다. 금융이 경제의 피와 같으니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 수도 있다. 선진 각국은 그 연결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메가톤급 선제 대응들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예단하면서 자국 시장의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는 대책들이다. 우리 경제는 혹독했던 IMF 외환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아직은 가늠되지 않는다. 자라에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자지러질 수도 있고, 설마 그때만큼이야 어려우랴… 하는 식의 무딘 배짱으로 버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기업과 국민의 경제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신뢰할 만한 정책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 첫째가 재정 지출의 확대요, 두 번째는 감세 정책이다. 그리고 그 셋째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이다. 이 중에서 단기적인 부양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역시 재정 확대이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7조원 규모 증액함으로써 재정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된다. 익히 논란이 일었던 바와 같이 감세 정책의 효과는 보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즉, 세금을 줄이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게 되고, 따라서 소비와 투자가 활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금리 인하 및 유동성 확대는 기업들에게 투자 유인을 마련해줌으로써 간접적인 부양 효과를 모색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재정 확대 방침을 천명하고 내년도 예산을 증액하기로 한 것은 작금의 경제 상황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기왕이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결과가 예측되는 곳에 투자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SOC 시설 투자는 탁월한 용처이다. 서민들을 포괄한 단기적이고도 직접적인 내수 진작은 물론이거니와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제고까지 담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SOC 투자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전후방 생산유발효과 또한 다른 어떠한 산업 분야도 압도한다.

국가경쟁력까지 높이는 효과

최근 중국 정부가 철도 투자비를 2조위안(400조원)으로 증액하면서 ''10년 전 외환 위기 때는 도로 건설로 내수를 자극했을진대 이번에는 철도 건설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의 국가 물류비용 형편으로 보나 한 해 23조원에 이르는 교통혼잡비용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의 과단성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일각에서는 SOC 시설 투자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발상 혹은 1970년대 개발 시대로의 회귀 운운하며 비판한다. 그렇지 않다. 1970년대의 SOC 투자가 2000년을 지향했다면, 2000년대인 오늘은 2100년을 바라보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 정책의 성패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눈앞에 닥친 경제 위기에 대처하면서 미래의 지속 가능한 국부(國富)를 담보하는 일거다득(一擧多得)의 선택에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