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선진화, 방향 바로잡기
보도일자 2009-01-28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대한 논의가 많다. 정부에서는 발주기관의 재량권과 책임을 강화하고, 발주·계약 방식의 다양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발주자가 최적의 업체를 선택할 수 없는 제도 아래서 발주 방식의 다양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발주자 재량권을 강화하겠다면 최적의 업체를 스스로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다시 말해 낙찰자 결정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며, 단순히 턴키를 최저가로 변경할 권한을 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CM 참여 전제한 발주방식 논쟁, 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발주제도를 보면, 선진화 방향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중원청(multi-prime)방식이나 직영시공(owner building), 주계약자형 공동도급 모두 건설사업관리자(CM)의 참여가 전제되거나 발주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발주 방식이다. 이는 대부분 공사비가 상승하며, 하자보수책임이 불확실해지는 것은 물론 공사 이행에도 많은 차질이 우려되는 문제점이 있다. 발주기관의 슬림화나 공공 기능의 민간 이양이라는 정책 흐름과도 배치된다. 또 일반건설업체 간 재하도급 허용이나 일반건설업을 도로, 교량, 터널 등으로 세분하는 것도 업역 칸막이 규제를 심화시키는 것으로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외국에 그러한 발주방식이 있다고 하나,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외국에서 이미 실패했거나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방식을 우리나라에 건설산업의 혁신 도구로 제안하고 있는 격이다. 조금 과장하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발주 방식이다.
굳이 발주 방식이나 업역과 관련된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면, 해외 시장에서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시공 겸업 허용이나 ‘CM at risk’방식의 확대, 또는 공기업 발주자가 갖고 있는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영양가가 있을 것이다.
‘선진화’가 추구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어떻게 정의하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최적의 가격으로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산업 풍토를 조성한다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건전한 경쟁환경 구축, 건설업체의 자질과 능력제고 방안, 품질 확보, 인력의 질 제고, 재해방지대책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아무리 발주 제도가 좋아도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건설재해가 발생한다면 건설산업이 선진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하도급 단계를 줄이고, 직접 시공을 늘리는 등의 재해예방대책이 있어야 한다. 인력의 질이 낮은 것은 대학에서 제대로 된 기술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건설현장은 열악해 유능한 기술자의 이직을 부추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건설 기술자를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건설현장을 개선하여 안전사고와 공해가 없는 첨단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선진화위원회의 또 다른 핵심 구호가 ‘공사비 30% 절감’이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인 구호다. 공사 원가를 3%만 절감해도 우수 현장으로 표창되고 있는 현실을 모른단 말인가. 결국 실적공사비나 최저가 확대를 통하여 건설업체를 극한으로 쥐어짜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공기 단축이나 원가 절감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면 날림 시공이 되고, 원가 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저가 하도급이나 저급 자재 사용이 불가피하게 된다. 선진국은 오히려 ‘비용의 최대 가치’(maximum value for money)를 중시하고, ‘실비 보상’(cost plus fee)을 확대하는 추세다. 공사 입찰도 가격 위주가 아닌 기술 경쟁 위주다. 즉 선진화의 요체는 최저 가격(lowest price)이 아닌 적정 가격(reasonable price)이라는 점이다.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에 초점 맞춰야
건설업을 좀먹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등록 규제를 폐지하여 아무나 건설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부실·부적격업체가 난립해야 선진화가 된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건설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발주 제도와 같은 탁상공론에 치우치기보다는 건설업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설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무나 건설업을 할 수 없으며, 부실공사가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보다는 한 사람의 인명 보호가 더 우대받고, 기술자와 기능공이 제대로 대접받는 문화, 사나이라면 청춘을 바쳐볼 만한 일터로 만들어야 건설업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화위원회는 지금부터라도 건설인들의 고언과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발주자 재량권을 강화하겠다면 최적의 업체를 스스로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다시 말해 낙찰자 결정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며, 단순히 턴키를 최저가로 변경할 권한을 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CM 참여 전제한 발주방식 논쟁, 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발주제도를 보면, 선진화 방향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중원청(multi-prime)방식이나 직영시공(owner building), 주계약자형 공동도급 모두 건설사업관리자(CM)의 참여가 전제되거나 발주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발주 방식이다. 이는 대부분 공사비가 상승하며, 하자보수책임이 불확실해지는 것은 물론 공사 이행에도 많은 차질이 우려되는 문제점이 있다. 발주기관의 슬림화나 공공 기능의 민간 이양이라는 정책 흐름과도 배치된다. 또 일반건설업체 간 재하도급 허용이나 일반건설업을 도로, 교량, 터널 등으로 세분하는 것도 업역 칸막이 규제를 심화시키는 것으로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외국에 그러한 발주방식이 있다고 하나,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외국에서 이미 실패했거나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방식을 우리나라에 건설산업의 혁신 도구로 제안하고 있는 격이다. 조금 과장하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발주 방식이다.
굳이 발주 방식이나 업역과 관련된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면, 해외 시장에서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시공 겸업 허용이나 ‘CM at risk’방식의 확대, 또는 공기업 발주자가 갖고 있는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영양가가 있을 것이다.
‘선진화’가 추구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어떻게 정의하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최적의 가격으로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산업 풍토를 조성한다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건전한 경쟁환경 구축, 건설업체의 자질과 능력제고 방안, 품질 확보, 인력의 질 제고, 재해방지대책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아무리 발주 제도가 좋아도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건설재해가 발생한다면 건설산업이 선진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하도급 단계를 줄이고, 직접 시공을 늘리는 등의 재해예방대책이 있어야 한다. 인력의 질이 낮은 것은 대학에서 제대로 된 기술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건설현장은 열악해 유능한 기술자의 이직을 부추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건설 기술자를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건설현장을 개선하여 안전사고와 공해가 없는 첨단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선진화위원회의 또 다른 핵심 구호가 ‘공사비 30% 절감’이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인 구호다. 공사 원가를 3%만 절감해도 우수 현장으로 표창되고 있는 현실을 모른단 말인가. 결국 실적공사비나 최저가 확대를 통하여 건설업체를 극한으로 쥐어짜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공기 단축이나 원가 절감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면 날림 시공이 되고, 원가 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저가 하도급이나 저급 자재 사용이 불가피하게 된다. 선진국은 오히려 ‘비용의 최대 가치’(maximum value for money)를 중시하고, ‘실비 보상’(cost plus fee)을 확대하는 추세다. 공사 입찰도 가격 위주가 아닌 기술 경쟁 위주다. 즉 선진화의 요체는 최저 가격(lowest price)이 아닌 적정 가격(reasonable price)이라는 점이다.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에 초점 맞춰야
건설업을 좀먹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등록 규제를 폐지하여 아무나 건설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부실·부적격업체가 난립해야 선진화가 된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건설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발주 제도와 같은 탁상공론에 치우치기보다는 건설업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설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무나 건설업을 할 수 없으며, 부실공사가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보다는 한 사람의 인명 보호가 더 우대받고, 기술자와 기능공이 제대로 대접받는 문화, 사나이라면 청춘을 바쳐볼 만한 일터로 만들어야 건설업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화위원회는 지금부터라도 건설인들의 고언과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